즐거움이 가득한 다락방에 올라가다! ‘다락’ 소극장

즐거움이 가득한 다락방에 올라가다!

‘떼아뜨르 다락’ 백재이 대표 인터뷰

  중앙동 신포거리 일대는 평일 한낮이라서 그런지 한산하다. 화려하고 세련되진 않지만, 거리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사람들을 기다린다. 그동안 ‘새로운 것’에만 익숙했기 때문일까. 오히려 옛 거리가 주는 낯선 느낌이 새삼 새롭다. 예전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생기 있고 매력적인 거리이다.

  ‘연극’ 하면 보통 대학로를 떠올린다. ‘오늘은 문화생활 좀 해볼까’ 하는 생각에 부러 대학로까지 가야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중구에 소극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만큼 연극이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탓이겠지만, 어쨌든 놀란 마음을 뒤로 하고 다락을 찾아갔다. 중앙동4가 1-1번지에 위치한 떼아뜨르 다락은 생각보다 가까운 번화가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백재이 대표와 공연장에 관해 나눈 몇 가지 대화를 본지에 싣는다.

극장 전경 – 공연장 밖에 있는 전시장

극장 전경- 객석

극장 전경- 무대

staff room 안에 있는 조정실에 가려면, 마치 다락방에 올라가듯 계단을 올라야 한다. (실제로 다락방이 있다!)

소극장 소개를 부탁합니다.

  떼아뜨르 다락은 ‘Theater 多樂’, 다락 극장이란 뜻이다. 다락방에는 켜켜이 쌓인 물건들만큼 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 않나. 작품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그런 기억이 차곡차곡 쌓일 수 있는 공간, 일상에서 자유롭고 즐거운 공간이길 바라는 뜻이다.

  사실 우연히 만들어진 이름이다.(웃음) 예전에 친구들끼리 극단 활동을 할 때부터 쓰던 이름인데, 풀이가 재미있어서 계속 사용하고 있다. 장소를 중구로 정한 이유도 여러 가지 기회가 동시에 닿아서(우연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곳은 추억이 많은 장소라서 좋아한다.

다락에서 했던 지난 공연들

다락이 관심하는 것, 하려는 것은 무엇인가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의미를 갖지 못하면 움직일 수 없다. 나는 항상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다. 내가 느끼고 공감하는 이야기를 작품이나 작업을 통해서 표현한다. ‘이게 삶이다.’ 라고 느낀 순간이 이야기가 된다. 그때그때 공감하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사회, 정치적인 주제일수도, 사랑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사람의 본성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누구나 자기 내면에는 나만 알고 있는 모순, 위선, 추악함 같은 것들이 있다. 다소 불온한 것을 좋아하는 못된 취미가 있나보다.(웃음) 삶 속에 분명히 있지만, 의식하지 않고 살아서 못 보던 것들. 그런 걸 무대에서 표현한다.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어떤 불편함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겠지.

  ‘열여덟 번 째 낙타’라는 작품을 할 때도 그랬다. 러시아 원작인 이 작품은 인간적인 희노애락을 다루는데, 텍스트가 내 감정 하나를 강하게 건드렸다. 그러면 그것을 표현하고, 또 관객에게서 공감을 끄집어내고 싶어진다. 그래서 시작했다. 어느 날 무대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는 건 분명히 내 몸인데,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이었다.’는 것. 짜릿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 맛이 있다. 이건 해본 사람만 안다. 똑같은 내가 하는 연극인데도 작중 인물에 따라서 관객 반응이 달라진다. 그리고 같은 이야기여도 어떤 배우를 재료로 사용했느냐에 따라서 반응이 또 다르다. 내겐 사람을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

다락의 대관 공연 및 행사들

다락에서는 연극 말고도 다양한 예술분야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안다. 극장을 넘어서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극장에는 사람이 흘러야 한다.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간이어야 한다. 배우 혼자서 연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표현과 받아들이는 과정이 모두 필요하다. 관객과 함께 소통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대중으로 인한 공공성이 유지되는 곳이어야 하지 않겠나.

연극으로 소통하고자 주민을 위한 축제, 시민배우가 출연하는 무대도 준비했었다고.

  한번은 소품 가게에 갔다가 상인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연극을 보러 오시라고 권했더니 시간상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시간을 바꾸면 오실 수 있겠느냐?” 고 되물으니 “그렇다”고 하셨다. 그래서 시간을 바꿔서 진행했더니 정말로 관람하러 오셨다. 어떤 분은 “연극이 어렵고 진지하다”면서 “마당극은 안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마당극 역시 연극의 한 장르다. 마당극을 준비해서 초대했더니 좋아하셨다.

  종종 구청에 초대권을 뿌린다.(웃음) 공연도 하고 뒤풀이도 했더니 중구청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우연하게도 문화재단 관계자, 시민, 공무원이 참여하는 특별한 자리가 만들어졌다. 객석은 80석 뿐인데 120명이나 와서 극장이 꽉 찼었다. 공연 후에는 음식과 술을 준비해서 나누었다. 이게 반응이 아주 좋아서 3개월에 한번, 정기적으로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시민들이 배우가 되고, 각자가 음식을 가져와서 나누기도 하는 잔치를 벌이자는 취지였다. 어쨌든 마을이라고 하는 것은 공동으로 만나는 물리적 장소와 꺼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게 공연장이 된 거다.

힘들었던 적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의 열정과는 다르게 ‘이 일 자체’가 나를 힘들게 만드는 순간이 온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유혹이 많다. 공연을 안 할 때는 “다락을 카페로 운영하지 왜 비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데 병행하다 보면 결국 타협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지 않으려 애쓴다. 유혹이 올 때마다 초심으로, 아마추어리즘으로 돌아가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물론 작품에 있어서는 프로페셔널 해야 한다. 대표이자 제작자이고 연기자니까.”)

  단원들도 연극 외에 생업을 별도로 하고 있는데, 일 때문에 연극을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하고 싶은 것은 연극인데 말이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도, 연극인으로서 자존심의 문제도 아니다. 그냥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쉬운 길을 안다. 그냥 이런 선택을 할 뿐이다. 자립을 위해서는 생업을 따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작품으로 거두어진 수익은 다시 작품에 투자되어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야 한다.

  1년에 한번 인천문화재단 지원사업으로 작품을 진행하는데, 이게 도리어 독이 되기도 한다. “좋은 건 잡았어? 그럼 개런티는 얼마야?” 하는 식으로 사람과의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작년에 공모를 넣지 않았다. 공백(텀)을 두려 한다. 오만일지도 모르겠다. 사정이 나빠지면 3월 추가공모 때는 넣을 수도 있다.(웃음) 개런티 없이 출연해주는 배우들 덕에 근근히 운영한다. 작년 5월에는 심적으로 너무 지쳐서 다락을 내놓은 적도 있다. 지원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운영의 문제가 아님에도 그랬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극장을 인계할 바에는 여길 싹 철거하는 게 낫다고. 그래서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가 굳어졌다.

  혹자는 내게 “너는 왜 안 되는 일을 자꾸 하려고 드느냐”고 묻는다. 대답은 간단하다. 누구나 본인이 생각할 때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재미가 없다. 때로는 가장 안 되는 일이 가장 매력 있는 일이 되기도 한다.(웃음) 나는 연극이 재미있다.

운영하면서 생긴 해프닝은 없었나요.

  문화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기획공연차 대관공연을 했다. 언행순(언제나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있나요)이라는 작품이었는데, 포스터, 인쇄물 하나 없이도 관객이 하나 둘 모여 만석을 채우더라. 대체 어떤 공연이기에 지방에서까지 찾아오나 싶어 관찰했더니 콘서트처럼 관객이 공연의 열기에 참여할 수 있고, 떠들 수 있고 음식을 먹을 수도 있는 형식이었다. 한 때 ‘연극은 끝났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대중에게 어필하고 흥행할 수 있는 연극이 있다는 사실은 대중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내게 문제는 없는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역시 선택의 문제다. 중구청에서 늘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이 있다. 그리곤 심오하다, 어렵다는 평가를 하신다. 개관했을 당시인 3년 전과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이전엔 말 한마디 안 섞는 시니컬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보면 나는 많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운영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거나 결정해야 할 때가 많은데, 결국 전부 내가 해야 한다. 가까운 지인이 내게 답답하다고 화를 내면 “나를 포기하지 말고 싸워서 나를 설득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아무튼 소통하려 애쓰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모든 것은 결국 내가 세상과 부딪히고 싸워서 나아가는 과정이다.

“아직은 하고 싶은 게 있다. 공동작업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뭘 잘할 수 있나 생각해 봤다. 나는 자타공인 검증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타고르의 시 ‘초승달’ 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다. “내 목소리로 시를 읽어보자!” 마침 어울리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림에 녹음된 목소리를 입혀 보니 재미있었다. “연작시에 맞는 삽화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나는 녹음이 가능한데, 누군가 이미지를 제공해 주고 하는 식으로 공동작업을 해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 결과물은 블로그에 연재해 볼 생각이다. 컨텐츠 이름도 정했다. ‘책 읽어주는 여자’다. 팟캐스트 방송도 해 보려 한다. 나름대로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업이 될 듯하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는 방송이 있지 않은가.

  그 밖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아서 발표하고 싶다. 어느 날 날씨가 좋거나 풍경이 맘에 든다거나. 시장 상인들 이야기, 아니면 그냥 사는 이야기들 같은 것도 좋다. 생선가게 아줌마 입담이 아깝다. 그분도 하고 싶은 얘기를 뭔가로 표현하려 할 거다.

  영감을 일상에서 얻는다는 말이 그런 것 같다. 모든 사람의 삶을 관찰하게 된다. 창밖의 풍경이 좋으면 표현해서 보여주고 싶다. 이미지, 새 소리 까지도 말이다. 현장예술의 장점이 그런 것이다. 커피 향기까지 표현해낼 수 있다. 나는 후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을 사용해 말하고 싶다. 의상, 캐릭터, 목소리….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 하는 성미다. 필이 꽂히면 하나에만 몰두한다. 성격이 얽힌 걸 풀기보다 없애는 편이다. 머리카락을 보라. 엉기기에 잘라버렸다. 개인적으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노래 잘할 것 같다는 얘기 많이 듣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다만 망설이지 않고 부른다. 공연장이어서 가능한 것 같다. 연극의 기능 중에 치유 기능이 있다. 극장이 해소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 혼자 잘 논다. 그러면서 치유 받는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영화관에서 언제든 취향에 맞게 영화를 골라보듯이, 다락에 가면 취향대로 연극을 골라볼 수 있도록 많은 작품을 진행하는 게 꿈이다. 운영자인 나와 상관없이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아무쪼록 공간이 쓰임새가 있었으면 한다.

  떼아뜨르 다락의 차기작인 는 마샤 노먼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삶이 힘들어 포기하려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인데,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속에 삶에 대한 성찰이 들어있다고 한다. 백재이 대표는 극중 한 대사를 짚어 다락에 비유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있을까 하구요’라는 대목이 있어요.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와 이유가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죠. 다락 자체에 특별히 미련이 있지는 않아요. 다만 저는 자꾸자꾸 하고 싶은 게 생각나요. 작품을 시작하고 인물에 몰입하게 그 사람의 삶을 살아야 하기에 되면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그래도 좋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것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있을까 하구요.”

떼아뜨르 다락

인천광역시 중구 중앙동4가 1-1 3층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27번길 3)
032) 777-1959
http://blog.daum.net/dalaki
http://cafe.daum.net/theatre-dalak

글 : 이광민(사업지원팀)

사진 : 떼아뜨르 다락,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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