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90%는 비주류, 그들의 분노를 쓰고 싶었다.

  • “우리사회 90%는 비주류, 그들의 분노를 쓰고 싶었다.”
  • ‘배달부 군 망명기’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조혁신 소설가
  • 14-04-06 22:36ㅣ 이재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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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일, 배다리 ‘스페이스 빔’에서 조혁신 작가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조혁신은 2000년 ‘작가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소설집 <뒤집기 한판>(2007), <삼류가 간다>(2010)를 펴낸 바 있다. 이번에 출판된 <배달부 군 망명기>는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인천에서 자란 탓에 작가의 소설은 대부분 인천이 배경이다. 첫 소설집 <뒤집기 한판>에 실린 6편의 단편은 송림동 부처산 8번지가 주 무대이다. <삼류가 간다>에는 중구의 장소성이 드러나는 ‘연안부두 떠나는 배’, ‘개코 막걸리네’ 등의 제목을 단 작품이 실려 있다. 작가는 실재하는 거리, 사건, 이야기를 기반으로 꾸준히 소설 작업을 해왔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인천작가협회 회원 및 시인, 소설가, 지인과 기자 등 30명 이상이 참여해 자리를 함께했다. 조혁신 작가는 직접 준비한 사진을 보여주며 지난 작품 소개, 작품을 쓰게 된 계기, 영감을 준 인물과 경험 등을 전했다. 이후 덕담과 짧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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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작가와 나눈 ‘짧은 대화의 기록’이다.

    – 작가의 입말, 주제의식,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작가와 작품의 거리가 가깝게 느껴져서 조금은 일방적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작가의 말에 “거대하고 셀 수 없는 (자본주의의) 괴물을 조롱하고 비아냥하고 싶었다”고 썼다. 소설에 만족한다고도 적었다. 한(恨)을 푼 느낌 같은 게 있나.

    한은 못 풀었다.(웃음) 읽어봐서 알겠지만, 특별한 주제가 있는 소설이 아니고 재미로 읽는, 평이한 소설이다. 어처구니없고 사건의 인과구조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하고 싶었다. 내가 느끼는 분노 같은 것도 쉽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글 쓰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본다.



    – 독자를 상정하고 썼는지 궁금하다. 어떤 독자가 읽어주길 바랐나. 세상 돌아가는 꼴에 관심 없는 사람은 이 책에 실린 풍자나 조롱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특별히 정해놓고 쓰지는 않았다. 그냥 쓴 거다. 완성에 대한 만족감은 있는데, 사실 쓰면서는 재미가 없었다. 극적인 복수라든가 통쾌한 한 방 같은 거 없나?(웃음) 지루하고, 답답했다.


    – 스피드한 진행이 장점이다. 구어체 문체도 한 몫 했다.

    만담식으로 썼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현대의 풍자소설이 만담투 아닌가. 채만식의 <태평천하>나 남정현의 <분지>를 봐도 그렇고.


    – 스스로 비주류에 속한다고 생각하나. 타인을 보면 비주류다, 아니다를 구분할 수 있나.

    우리나라 사람의 90% 이상이 비주류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나만 비주류라고 생각하지 않고 전부 다 비주류라고 생각한다. 딱 보면 안다. “저 사람 참 인생 힘들게 산다…”(웃음)


    – 스토리가 올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테면 폭주족, 매춘부, 조직폭력배, 사채업자, 오렌지족, 흥신소, 암살, 밀항… 오늘의 젊은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보다는 작가 세대에 들었던 체험이나 이야기를 가져온 것 같다. 시대적 배경을 의심하다가 최근에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을 만나면 깜짝 놀라곤 했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요즘 나오는 스타일과 다른. 내 나이가 있는데 굳이 작가의 사고나 감성을 낮출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작위적이 된다. 3, 40대 작가들이 마치 자기가 10대인양 쓴 글을 읽으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소설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이면 그냥 쓴다. 쓸데없는 데다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는다. 소설을 빨리 쓰는 편이다. 집중해야할 부분에는 당연히 집중하지만 요즘 애들이 과연 이런 언어를 쓸까 하는 고민은 안 했다. 요즘 애들의 생활이라든가 양태가 필요한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그런 소설이 아니다. 여러 가지 스타일을 뒤죽박죽 끌어다가, 빨리빨리 넘어갈 수 있는 소설을 썼다.


    – 구상은 언제 했나? 빨리 쓰는 편이라고 했는데 작업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2년 전 필리핀 갔을 때 구상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낮에는 일하고 늦은 밤이나 쉬는 날 조금씩 썼다. 매일매일 조금씩 써야 해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소설에만 집중할 수가 없어서 호흡과 톤을 맞추는 데 힘들었다.


    – 달순이가 담임한테 성폭행 당하는 장면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여성으로서 조금 불쾌함을 느꼈다.

    빼려고 했는데… 나도 쓰면서 짜증났다.(웃음) 고민을 많이 했다. 소설 전개상 뭔가 캐릭터를 부여해야 했는데, 좀 더 치밀하게 고민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에피소드는 아닌데 좀 튀는 면이 있다.


    – 등장인물 중 심리적 거리감이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인가.

    마 피디. 영화 찍는다고 깝죽거리다가 인생 종 치는 분들 있지 않나. 영화뿐만 아니라 뭔가 자기 꿈을 이루려고 했는데 잘 안 돼서 매일 술이나 먹고.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마 감독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 좋아하는 작가를 말해 달라.

    요즘 작가들 중에는 김영하, 김중혁을 좋아한다. 외국 작가 중에는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 20대 때 전집을 사서 읽었다. 마츠모토 세이초라고 일본 사회파 창시자가 있는데 그분 작품도 좋아한다. 장르 문학이지만 장르 문학 이상의 숨 막히는 비범함이 있다. 열심히 읽고 많은 걸 배우고 있다.


    – 마지막 질문이다. 작가에게 소설이란, 혹은 소설 쓰기란 무엇인가.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글 쓰는 사람, 즉 작가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보지 못하는 세상을 글로 써야 한다. 앞으로 이 화두를 가지고 계속 글을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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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혁신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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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인을 해주는 모습(왼쪽), 출판기념회가 끝난 후 단체 사진 찍을 찍고 있다.(오른쪽) ⓒ 이재은


    <배달부 군 망명기>는 ‘우리 주변에 늘 있으나 무심코 지나쳤던 청년들’에 관한 이야기다. 배달부 군은 퀵서비스를 하며 먹고 살다 폭주족 단속에 걸린다. 하필이면 그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것이 ‘윗분’의 눈총을 사 좌경용공 종북 테러리스트로 몰리고 전국에 수배령이 내린다. 살기 위해 이 나라를 뜨기로 하고 밀항을 결심, 필리핀 밀림에 들어가 혁명조직에 가입하고 사랑하는 여인 마리자를 만나기도 하는데…. 이 이야기가 한 축이라면 다른 축에는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영화감독 마피디와 배달부의 동생 달순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들이 벌이는 천방지축 스토리는 두세 시간이면 읽을 수 있다. 일단 손에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너머의 이야기’를 품고 있고, 오래 소설 안에 머물며 ‘나일 수도 있는 사람’의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