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변화 – 마을사진관 ‘다행’

 

  공공미술, 공공환경개선과 관련해서 단체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2007년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다. 오래된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기치를 가지고 시작된 2009년 공공미술(공동체미술) 프로젝트 ‘다행하다’는 지금은 동구 창영동 배다리 마을에 위치한 ‘마을사진관'이 되었다. ‘강’을 만나 다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걸으며 만드는 변화

  ‘다행’ 사진관은 지역 마을공동체 창작공방 ‘다행하다’에서 출발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참여자와 주민이 함께 금속, 목공, 뜨개질, 사진, 배우 등의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사진만 남아서 사진관이 되었다. 다행의 뜻을 묻자 “다행은 ‘多行’이란 뜻이에요. 원래 뜻과 동음이의어인데 幸(다행행) 자가 아니라 行(다닐 행)자를 써서 ‘함께 걷는다’, ‘많이 움직이자’ 하는 뜻을 담고 있어요.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변화도 생기지 않거든요.” 그리고 “타인에게는 우리가 다행이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다행하자! 는 뜻을 담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 개인적인 공간을 여는 문화가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며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잘 하지 않게 되는 것들, 예를 들면 음악 듣고, 책 보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이 문화이고, 그 근거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다행은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이자 사랑방입니다.”

▲동구 창영동에 위치한 ‘마을사진관 다행’

 

  인터뷰 내내 이름이 아닌 별칭으로 불러 주기를 요청하기에 이유를 물었다. “대안적인 문화예술을 하는 모임에 갔는데 닉네임을 쓰더군요. 사람과 사람이 서로 격 없이 호칭만 쓰는 것을 보니 신선한 느낌이 들었어요.” 라며 ‘강’은 흘러서 낮은 곳으로 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위계를 싫어하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 어린 사람에게 계급적으로 요구하기 쉽거든요. 그게 싫기도 하고, 99-2001년 대우자동차 투쟁영상 관련 편집자였는데, 작업 중에 ‘강’이라는 민중가요가 내게 큰 울림을 주었어요. 이런 것들이 서로 상승작용 해서 정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나와 주변을 돌아보기

  그 전에는 사진과 영상의 비중이 반반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영상을 공유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주로 사진을 통해서 활동한다고 한다. ‘왜 사진인가?’ 하고 물었다. “사진은 폭이 넓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술이죠. 전문예술가 집단만 이 영역을 특화시키려고 애를 쓰는 거에요. 나는 미술의 다른 영역, 사진으로 하는 미술이라고 생각해요. 제 사진은 다큐가 기본이에요. 지금 이 ‘순간’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기에 사라지기 전에 담아야겠다. 하는 생각이에요.”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 라는 말도 있잖아요. 과거 민중의 역사가 기록되지 않았기에 남지 않은 것이죠. 사진 한 장으로 예상해 보고 마는 수준이니까요. 그래서 내가 사진 강좌를 하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의 것을 보고, 자기 것으로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요. 자기 삶의 자리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동네 집배원이 사진을 배우고 계신데, 프로젝트차 촬영할 일이 생겨서 “이런 촬영은 아무래도 전문가가 촬영해야지” 하는 마음에 강에게 촬영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럴 거면 왜 배우나?”고 되물었더니 “다른 사람 찍어 주려고” 라고 했단다. 그래서 강의 사진 강좌의 첫 숙제는 동네, 집, 가족을 촬영해 오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 삶을 돌아보는 일을 안 해요. 바라보는 건 누구나 해요. 근데 자신은 못 돌아보죠. 나를 비롯한 주변을 돌아봐야 해요. '나'가 완성되는 순간은 나 혼자서가 아니라 주변과 어우러졌을 때니까요.”

소소한 것에 가치를 두고 공유하는 것

  그래서 “소소한 것에 가치를 두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요. 큰 것만 강조하다 보면 꼭 놓치게 마련이거든요. ‘멋진 카페’가 아니라 ‘카페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게 문화라고 생각해요.”

  “지금 도시를 봐도 알 수 있죠. 천편일률적으로 아파트가 사람들 삶의 공간이 되어 있잖아요. 삶은 모두 다른데, 삶이 담기는 그릇은 모두 똑같아요. 거기 살고 있는 삶을 고려하는 것보다 건물을 올리는 게 더 중요한 거죠. 획일적인 공간이 아닌, 사람이 사는 공간이게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개발과 보존의 입장이 팽팽한 배다리 마을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 “배다리 갈등을 숨기는 순간 실패라고 생각해요. 다만 ‘잘 드러나야’ 하는거죠. 긍정적으로 풀어낼 요소가 필요한 거에요.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는 순간 반대쪽이 소외되니까. 물론 개발이 되어 값이 올라가면 내가 제일 먼저 쫒겨나겠죠?(웃음) 해소해 내면 긍정적인 거에요. 그게 너무 어렵죠. 질문을 잘 해야 해요. 개발을 찬성하는 분이어도 대화를 하다 보면 본인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아요. 떠날 수 없는 상황일 뿐이죠. 고치고 가꿔서 잘 살자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나 생각해요.

 

사진관 옆에 붙어있는 ‘한점 갤러리’ 그림이나 사진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낡고 오래된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낡은 것은 갈아엎어져야 할 것이 아니라 가꾸고 고쳐야 하는 것입니다. 낡고, 더럽고, 오래된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낡고 오래된 것이 가치를 발현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억지로 변화시키지 않아도 어차피 모든 것은 변해요. 바람만 바뀌어도 구름의 위치가 바뀌어서 사진이 달라지고, 그래서 계절이 같아도 매 해 사진이 다른 것처럼요. 그런데 개발은 통째로 변화시키는 방식이죠. 폭력적인 방법이에요.”

  “어쨌든 자기가 공간을 느끼는 방식이 ‘시선’인데, 거기에 따라 사진이 결정되죠. 자기가 느낀 것을 다른 사람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사진 속의 내용을 존중하고 싶은 이유에요. 사진을 찍을 때는 오로지 카메라만 가지고 담아요. 카메라의 한계마저 그 자체로 담는 거에요. 사진만 가지고 아름답게. 그렇게 다른 사람도 존중하길 바라요.”

 

다행 사진관의 내부. 좌측에 있는 문으로 ‘한점 갤러리’와 연결되어 있다. 이웃이 지나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좋아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

  운영에 관해서 물었다. “문화공간들이 갖고 있는 정서가 있어요. 따뜻한 물 한잔 주는 것 같은거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상업적인 활동을 잘 못해요. 돈을 버는 작업은 긍정적이어야 하는데, 기질 때문인지 잘 안 되네요. 벼룩시장 할 때만 잘해요.(웃음)”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거에요. 그래서 솔직히 싫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들어올 때 태도가 그랬듯이,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거든요. 그걸로 충분해요. 솔직히 사진은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어요. 누리는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떤 여유가 있어요. '그냥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하는 거에요. 부담스러운 일은 안 해요. 나는 나이브한 사람이고, 거창한 걸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동네에서 벌어서 여기서 쓰는 게 좋아요. 그런데 주민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실패하지만 매번 다시 시도하고 있어요. 갤러리에서 도움을 많이 주지만 완전히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다는 점은 있죠. 돈 버는 데에는 영 재능이 없어요. 불안요소이긴 하죠. 유지를 위해서는 나름의 자구책이 필요해서 고민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이 가능할까. 그녀는 “자유롭게 사는 것이 목표에요. 그런 지향 때문에 자유롭지 않으면 잘 하지 않아요. 지원사업도 그래요. 나를 구속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어쨌든 후원이든 지원이든 한 푼이라도 받으면 그만큼 역할을 해 줘야 하고, 어떻게 하고 있다는걸 그들에게 알려줘야 하니까요. 딴 거 뭘 하기로 마음먹은 게 없기 때문에, 이전의 삶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지금의 삶이 앞으로 나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계획? 세우는 데 하루가 다 가죠, 그리고 꼭 그렇게 안 살게 돼요(웃음)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몰라요.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라고 말했다.

 

마을신문 '우각로신보'

  다행에서 발행하는 마을신문 '우각로신보'에 관해서도 물었다. “무언가를 하다고 큰 목소리를 내는 것, 선언 같은 것을 잘 안 해요. 책임감 느끼는 스타일이라서 부담을 많이 느끼거든요. 2012년에는 문화예술 활동가/공간들과 주민들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유하여 소통하는 것에 중심을 뒀어요. 문화예술공간에서의 활동을 마을에 알리고, 주민들에게 즐겁게 누려달라는 것이였죠. 그리고 주민들의 활동-일상을 성실히 살아내는 모습-을 신문에 담아 보여드리며 뿌듯하게 생각했어요.”

  “2013년에는 <활기찬 마을살이를 위한>을 주제로 8면으로 확대 제작했어요. 그런데 신문이 어떤 역할을 하기 이전에 이미 많은 활동들이 스스로 움을 틔웠고, 역동적인 마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기더라구요. 마을이 움직이면 그것을 담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서 주민 스스로 그 내용을 자신의 입장에서 써보고 이야기 하도록 유도했죠. 하지만 일상을 사는 일은 주민이나 활동가나 비슷합니다. 바쁘고 정신없고… 기회는 열어 두고, 글쓰기나 사진 찍기를 독려하되 신문에 담는 일은 그것에 즐거움과 고민이 있는 사람이 하기로, 그래도 다른 이들의 글도 사진도 만나고 싶어 글쓰기, 책읽기, 마을사진 찍기 모임을 만들어 담으려고 했어요.”

  “2014년에는 <일상에서 주민들과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으로 주제를 정했습니다. 우리들이 자신의 생활을 하면서 나머지 시간에 마을에서 함께 나누고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것, 즐겁고 신나고 때로는 진지하고 고민하고 움직이며 함께 마을을 살려가는 생활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킨다는 의미에요. 우리 생활+문화+예술+마을활동가들이 하고자 하려는 일입니다. 거기에는 건강한 노동, 평등, 평화, 생태, 환경, 연대 등 거대한 가치들이 소박하게 녹아 담겨지길 바랍니다.”

 

한 때 가지고 있었던 '가장 아름다운 꿈'을 삶으로

  “지원센터에서 다양한 마을의 가치들을 발견해 주길 바라요. 만약 가능하다면 그런 사람을 발굴해 주었으면 하구요. 그리고 널리 홍보해 주었으면 해요. 한 때 그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꿈. 생활 속에서 서툴지만 그걸 이뤄가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재능을 발견해 주는 것. 이게 참 중요해요. 나중에는 마을축제 형태로도 보여질 수 있겠죠?”

  “문화가 단단해지면 마을은 무너지지 않아요. 문화에는 모이게 하는 힘이 있거든요. 그런데 돈은 무너져요. 개발 한다니까 사람들 입장 갈리는거 보셨죠?(웃음) 그리고 문화는 CJ가 만드는 것이 아니에요. 그네들이 말하는 문화는 문화가 아닙니다. 프로예술? 역시 꽝입니다. 삶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문화라고 생각해요.”

 

글/사진 :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이광민

 

마을사진관 다행

동구 창영동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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