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통한 인천문화예술 활성화] 시민들의 자발적 문화 공유

시민들의 자발적 문화 공유[공동기획취재] 공유경제로 인천의 문화예술 활성화 7. 인천 사례
‘문화바람’과 ‘스페이스빔’

장호영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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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호] 승인 2013.10.10  11: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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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공유경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바라보다’라는 주제의 공동기획취재 국내 일정과 해외 일정을 통해 공유경제와 공유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사례에선 공유경제의 개념과 공유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관과 단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 중 ‘청년일자리 허브’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운영하는 기관도 있었지만, ‘국민도서관 책꽂이’처럼 개인이 사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 등 해외 사례에선 시정부의 주도 하에 공간 재생을 통해 엄청나게 큰 규모로 운영되는 복합문화예술 공간, 예술가 등의 자발성 속에 공간 점유로 시작해 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예술 공간이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인천에는 어떤 사례가 있을까? 예술가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출발해 공유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문화예술단체들을 만나 보았다.<편집자주>

생활문화예술인 1200명이 만든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

   
▲ 2012년 5월 문화바람 본점(남동구 간석4동)에서 열린 ‘끼가번쩍 시민축제’의 모습.

‘문화바람(대표 임승관)’은 인천 남동구 간석4동에 위치한 4층 건물 1곳(문화바람 본점), 십정동에 위치한 지하 1층 소극장 1곳(복합문화공간 아트홀 소풍)과 밴드동아리들의 연습 공간 1곳(밴드놀이터)을 운영하는 생활문화예술인들의 시민문화공동체이다.

임승관 대표는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시절, 경제양극화가 문화예술 활동의 양극화로 이어지던 2004년에 인천시민들이 마음 편히 즐길 만한 공연을 유치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공연 유치를 위해선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월 1만원을 내면 연간 다섯 번의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문화바람’ 회원을 6개월 만에 500여명 모집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공연엔 관객 1600여명이 몰렸다.

이렇게 모인 회원들이 통기타ㆍ사진ㆍ합창ㆍ밴드 등 각자 관심 있는 영역의 동아리를 구성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연할 장소가 없었다. 이에 임 대표와 문화예술인, 동아리 회원들은 마음 놓고 공연할 수 있는 소극장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280여명이 낸 출자금을 바탕으로 ‘복합문화공간 아트홀 소풍’을 마련했다. ‘소풍’은 동아리들의 공연뿐 아니라 인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공연을 유치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도 충족시키는 역할도 했다.

‘문화바람’은 ‘소풍’의 모든 운영을 동아리 회원들의 자율에 맡겼다. ‘소풍’을 통한 동아리 발표가 늘어나고 이를 보고 가입하는 동아리 회원들이 늘어나자, 이번엔 동아리 회원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게 동아리들의 연습 공간인 ‘놀이터’다. ‘문화바람’은 이 공간도 ‘소풍’과 마찬가지로 회원들이 모은 출자금과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현재는 밴드놀이터(부평구 십정동)로 사용 중이며, ‘놀이터’는 문화바람 본점 3~4층에 있다.

동아리 연습 공간이 생기자 회원 수는 더 늘었다. 이에 따라 공간이 더 필요했다. 이 무렵 ‘소풍’ 근처에 건물 전체를 임대한다는 현수막이 붙었고, 2011년 2월 결국 사고(?)를 쳤다. 회의 끝에 건물을 임대하기로 하고, 시민 1000명에게 저금통을 분양해 모금운동을 펼쳤다.

이렇게 마련한 돈과 인천문화재단의 일부 지원으로 건물을 임대해 1층 카페와 주점, 2층 사무실, 3~4층 동아리 연습실과 세미나실을 만들어 2011년 9월 개관했다. 2년이 흐른 후 ‘문화바람’의 회원 수는 1200명이 됐고, 상근자는 10명으로 늘었다.

   
▲ 2012년 8월 총회에 참석한 밴드놀이터 회원들.

‘문화바람’은 동아리 회원들이 만드는 축제인 ‘끼가뻔쩍 시민축제’를 올해로 8회 째 열었다. 작년부터는 ‘문화바람’ 본점과 ‘소풍’이 위치한 남동구 간석4동과 부평구 십정2동 일대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고 있다. 생활문화예술인, 지역주민, 상인들이 축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매해 축제를 여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5일 동안 지역주민들이 연극과 퓨전음악, 마당극과 락(Rock) 등 다양한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우리동네 마실축제’를 열기도 했다. 올해 5월에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수년 동안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골치를 앓던 곳을 나무와 꽃을 심은 화단으로 바꾸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문화바람’의 발전 과정을 보면, 시민들의 자발성이 큰 힘이 됐다. 소극장과 동아리 연습공간을 만드는 등 사고(?)를 칠 때마다 회원들은 돈을 모으고, 공사에 함께 했다. 중장비 일을 하는 한 회원이 굴착기를 몰고 와 공사를 돕는 등,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며 공간 마련에 함께 한 것이다. 때문에 전국에서도 ‘문화바람’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바람’은 계속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가 월 1000만원에 달하지만, 문화바람 본점과 소풍, 밴드놀이터에 들어가는 월세 920만원, 전기세 100만원이라 남는 자금이 없다.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카페와 주점을 운영 중이지만, 이 수익으로는 운영비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상근자들이 급여의 일부를 포기하며 버텨왔다.

임승관 대표는 “시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공유문화를 확산시키고 문화 공유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온 사례는 유일하다”며 “문화예술분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공제의 투입 없이는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행정기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예술가와 관객의 경계선을 없앤 대안미술활동 공간 ‘스페이스빔’

   
▲ 2010년 5월 스페이스빔 등 ‘배다리를 지키는 시민모임’과 주민들이 준비한 ‘배다리 문화축전’의 모습.<사진제공ㆍ스페이스빔>

인천 동구 창영동(배다리)에 위치한 ‘스페이스빔(대표 민운기)’은 옛 인천양조주식회사가 막걸리를 생산하다 1996년 폐쇄한 양조장을 2007년 5월 임대한 후 3개월간 재생 작업을 거쳐 탄생한 대안미술활동공간이다.

스페이스빔은 지역 미술가들이 1995년부터 활동하던 지역미술연구모임에서 1997년 ‘시각’이라는 잡지를 만들고 그 연장선상에서 2002년 1월 남동구 구월동에 전시장과 사무실, 세미나실 등을 갖춘 대안미술활동공간을 만들면서 출발했다. 이 공간은 전시를 기본으로 하지만 공공예술과 출판,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으로 만들어졌다. 전시장이 전문작가들은 완성된 작품을 걸고 일반 시민들은 구경만하는 역할에 머무는 것을 탈피하고자 한 것이다.

민운기 대표는 “예술가가 관객들에게 일방적으로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와 관객이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되는 것을 바랐다”며 “예술가와 관객의 경계선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을 꿈꾼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의 전망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계속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7년 배다리로 이전하기 전까지, 스페이스빔은 신진 작가 초대전 등을 통한 작가활동 지원과 다양한 전시, 프로젝트 기획을 진행했다. 2004년부터는 스페이스빔이 위치한 건물 4층 옥상에서 매해 여름마다 옥상영화제를 열었다. 이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을 초대해 문화를 함께 나눴다.

공공미술관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기 위한 ‘미술관 습격사건’ 프로젝트, 지역 미술 활성화를 위한 ‘도시락 파티’ 등은 미술 영역의 권력적이고 권위적인 부분을 없애기 위해 스페이스빔이 노력해온 활동 중 일부다.

스페이스빔이 배다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인천시의 일방적인 도시상품화 전략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2007년 1월부터 진행한 공공미술프로젝트 ‘도시 유목’을 통해서다. 이를 통해 인천 도시 공간 곳곳을 탐색하고 일정기간 체류하면서 그곳에 얽힌 남다른 가치를 체험해 이를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도로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헌책방거리 등 역사와 문화 가치가 있는 공간이었던 배다리를 만난 것이다.

   
▲ 미술작업 중인 작가와 지역주민들.<제공ㆍ스페이스빔>

이후 스페이스빔은 배다리를 지키기 위해 현재의 위치로 이전, 2007년 9월 개관했다. 그동안 관계를 맺어온 시민들에게 한 구좌 당 5만원씩 총70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모아 개관 할 수 있었다.

스페이스빔은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양조장이 간직했던 역사의 흔적을 살리는 도시 재생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진정한 도시 재생은 모든 것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공간도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역사가 계속 이어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스페이스빔의 이런 생각은 배다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에도 오롯이 녹아있다.

배다리에 둥지를 튼 스페이스빔은 지역의 시민단체, 주민들과 함께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을 꾸리고 산업도로 반대와 배다리를 지키는 일에 앞장섰다. 스페이스빔의 이전 이후 이런 뜻에 함께하는 문화단체나 서점, 단체 활동가들이 이곳으로 이전해오기도 했다. 스페이스빔은 이런 단체들, 주민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문화행사를 열었다. 이것이 이어져 2008년부터는 배다리축제로 발전했다. 올해부터는 주민들이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산업도로 반대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인천시가 배다리 지역을 도시재생사업 지역으로 지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2007년이었다. 산업도로를 겨우 막는가했더니 재개발로 또 배다리가 철거 위기에 놓인 것이다. 스페이스빔은 단체, 주민들과 함께 도시재생사업 지정을 반대하고 배다리를 역사문화마을로 조성하기 위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산업도로는 지하화로 결정됐고 배다리는 역사문화마을로 보존하게 됐다.

스페이스빔은 배다리에 둥지를 틀면서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많이 해왔다. 배다리 주말극장을 1년간 운영했고, 배다리 노래를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불렀다. 스페이스빔 1층에 마련된 공간에서 작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미술 작업을 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단체나 지역주민들과 함께 일손을 나누거나 안 쓰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지역화폐 ‘품’을 만들어 사용해보기도 했다.

산업도로가 놓일 예정이었던 철거된 공간에서 주민들과 텃밭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네 주민들이 작가로 참여하는 ‘배다리 리사이클’, 배다리에서 여름 바캉스를 즐기는 ‘배다리 에코 캠프 바캉스’ 등도 개최했다.

배다리에 방치된 공간에 평상을 만들어놓아 주민들이 모여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하고, 방치된 안내판을 다시 제작해 세워놓기도 했다. 태양열 온풍기와 빗물 저금통 등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가꾸는 텃밭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스페이스빔은 배다리 마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지금 주민들이 유지하고 있는 문화를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민운기 대표는 “주민들이 집 앞 도로에 고추를 널어 말리는 것도 배다리의 문화 중 하나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문화가 아니라, 주민들이 마을에서 표현하는 모든 것이 문화라고 생각한다”며 “배다리를 거점으로 좋은 사례를 만들어 인천을 열린 도시공동체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