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꾸물 꿈을 꾸는 ‘꾸물꾸물 문화학교’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서 지역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예술은 일상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공유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꾸물꾸물 문화학교> 활동을 통해 세대별 문화예술교육을 시도하고 있는 <컬렉티브 커뮤니티 스튜디오>(CCS525 ․ 대표 윤종필)를 찾아갔습니다.

  CCS525는 2009년부터 문화예술 기획, 전시, 교육, 출판, 비평, 다문화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중 ‘꾸물꾸물 문화학교’는 인천 중구에 사는 초등학생,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지역 기반 교육프로그램을 매주 한 번씩 진행하고 있는데, 애벌레가 기어가는 모습의 의성어인 ‘꾸물꾸물’은 느린 속도지만 과정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가치와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키웠으면(꿈을 꿈을)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꾸물꾸물 문화학교의 윤종필 교장. Collective Community Studio525는 연대하는 + 개인 작업장 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윤 교장은 “살짝 모순되는 뜻이기도 하지만(웃음) 어쨌든 여럿이 함께하는 전환의 장소였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며 525는 이러한 작업의 영감을 준 옛 집의 번호를 따서 지었다고 소개했다.

 

왜 ‘함께하는 작품’일까?
  꾸물꾸물 문화학교의 활동은 ‘커뮤니티 아트’ 영역에 속한다. 커뮤니티 아트란 매체나 영상, 소리, 조각, 설치 이외의 ‘프로젝트형 예술’을 뜻한다. “1년 단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주제와 컨셉이 정해지면, 여기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해서 진행하는 방식이에요. 저는 작가이면서 기획자로 일을 하고, 동료 작가가 참여 작가로 함께하는 작업이죠.”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공공미술 사업은 2005년부터 정책적으로 활기를 띄었다고 한다. 작업장에서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닌, 공동 작업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함께하는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윤 교장은 유학 시절의 경험담을 예로 들었다. “외국인이었던 저는 어학이 부족했어요. 그렇지만 기본적인 공부를 마치고 갔었기 때문에 수업을 전부 알아듣지는 못해도 기초과정은 알고 있었거든요. 외국 친구들에게 기법을 가르쳐주자 어떻게든 제게 언어를 가르쳐 주려고 하더군요. 그 때 알았어요. 아! 여러 사람이 모여 자기 장점을 복합적으로 발휘하면 시너지는 배가 되는구나! 하고요. 이후의 교육 과정들도 그런 방식이었습니다. 함께 퍼포먼스를 진행할 때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부산물들이 작품으로 나오기도 하고요.”

 

▲ ‘홍예문 프로젝트’의 간판디자인 수업 사진. 직접 동네 간판을 리서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접 이름과 업종을 정하고 디자인해 보는 시간입니다.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공공성에 대한 질문들

Q) 문화예술 분야에서 공공적인 것에 대한 담론이 왜 쏟아져 나오게 되었을까요?
  예전에도 법으로는 있었어요. 건물을 지을 때 건축비의 1%는 미술품을 구매해 장식하도록 하거나 공공장소에 동상 같은 조형물을 둘 때의 규정 형태로요. 그런데 한 명의 작가, 혹은 브로커에 의해서 작품이 유통되다 보니 장소와 아무런 맥락 없는, 관계성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것들이 들어서게 된 거죠.
  정책으로 시행된다는 건 분명 담론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하고, 진화 속도도 빨라져요. 문제는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이죠. 퍼블릭한 공간에 있다고 공공미술이 아니에요. 관계성에서 오는 공공성을 찾아야 합니다. 벽화에는 멋진 벽화 자체 외에도 소통하는 과정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커뮤니티 아트의 방법도 주민들과 만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Q) 소통하는 차원에서 대안예술을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예술가가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작업, 전시) 과정을 비약적으로 압축하면, 전시장에 구지 찾아가는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셈인데, 각자 받아들이는 것이 다양해서 그마저도 전부 소통되는 것도 아니게 되죠.
  조금 더 대중과 소통하며 예술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려면 생활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 아마추어의 눈높이에 맞추어 진행되지만, 문화적 소양이 점차 높아졌을 때는 전문가(직업적인 예술가)들과 비전문가들 사이의 구분을 없앨 수 있을 거에요. 그래서 커뮤니티 아트의 방식으로 대안예술을 할 때는 공간 보다는 소통의 방법이 중요합니다.

 

Q) 활동 영역이 넓은데,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것도 공적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예술가(커뮤니티 아티스트)이게끔 가능하게 했던 요인도 여쭙고 싶어요.
  감상하는 사람은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방식대로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작가는 뛰어난 전문가이기 보다 지역의 맥락에서 문화를 이해하게끔 하는 거죠. 그래서 내 주변, 내 삶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누구나 잘나가는 스타작가가 되고 싶어 해요. 그런데 그러다 보면 불협화음이 생기게 마련이거든요. 어느 순간 “구지 그게 아니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심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기를 쓰고 1등이 되지 않아도 지금으로 충분하다는 생각. 이런 생각만으로도 스펙트럼이 넓어지더라구요. 문화예술로 시민과 가까워지는 일이기에 활동이 많고 넓어 보일지 모르겠으나 그냥 문화예술판 언저리에 있는 거에요.(웃음)

 

 ▲‘생활의 발견’ 수업 사진. 사진 이론 공부와 함께 촬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결과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자발적이고 지속가능한
생활문화 기반의 문화공동체

 

  “문화공동체 사업, 도시만들기 사업과 같은 지원이 많아지면서 공공예술이 양적으로는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 잘 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공동체는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의지와 뜻이 모여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기금을 쫒아 돈이 마을을 만드는 형태가 되기 쉽기 때문이죠.

  공공예술은 만드는 것보다 사후관리가 더 중요해요. 그런데 지원이 끊겨 전문가가 떠나면 지역 안에서 자생적으로 유지/복구하지 못해요. 저는 2005년에는 안양에서, 2007년에는 안산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했는데, 당시 작가들은 유행처럼 ‘기금유목’을 했어요. 어느 순간 나도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아, 작가들이 자기가 정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작업을 했다면 책임감을 가지고 공공작품에 대한 관리가 잘 될 수 있었겠구나’ 하는 반성에서 인천으로 온 것이기도 해요.

  그래서 지역민과 함께 하는 활동이 중요합니다. 문화교육을 매개로 주체성을 갖게 되고, 생활문화를 기반으로 했을 때 자발적이면서 지속가능한 문화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공동체는 보통 모여 사는, 거주 형태의 집단을 공동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더 확장된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호회도 공동체잖아요. 주업은 따로 있을지라도 동네를 위해 역사나 생활문화, 가치, 생활의 태도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임인 공동체.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문화의 정의가 아닐까 싶어요.”

 

▲청소년 프로그램 ‘우리동네 고고씽RPG' 활동사진

▲청소년 모임은 만들어지기도, 유지되기도 어렵다. 그런데 꾸물꾸물 문화학교의 청소년들은 오디션을 통과해야만 활동 자격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기회를 마련하고 지원하는 데서 나온다.
 
 

원하는 것, 좋아하는 방식으로
  꾸물꾸물 문화학교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학생들이 기획하고 실행한다. 프로그램이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입소문이 자자하다. “청소년 모임을 만들기 어렵다고들 해요. 그런데 여기는 학생들을 오디션 봐서 뽑습니다.(웃음) 애들이 공부한다는데도 엄마들이 말려서 보낼 정도니까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아이디어를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획자는 그것이 실현 가능한 방식인지 검증해 주고 지원만 해 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올해는 신년회 어떻게 해볼까? 하면 연예대상 형식으로 해보자는 의견이 나와요. 그러면 대본, 시상, 역할, 사회 모두 아이들이 직접 뚝딱 만듭니다. 여름 캠프 같은 경우에도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성장했다는 것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어요.”

  작은 집단이지만 5년쯤 되니 어느덧 학생들이 진학해서 직접 스태프를 맡게 되었다. 운영의 주체가 된 것이다. 스탭을 뽑는 것 외에는 모두 학생들이 알아서 민주적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회의 진행 요령, 회의록 작성법 등 과정에 필요한 부분 외의 대부분의 권한을 스탭이 갖는다. “일반 학생들의 꿈은 스탭이 되는 거에요. 워낙 전폭적이고 파격적이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을 전략적으로 채택한 덕에 자발적으로 활동해요. 아이들은 스스로 일요일에도 나와서 만나고, 그 아이 학부모까지 성인반에 오셔서 활동하세요. 이렇게 되다 보니 밀접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이런 관계들에서 힘이 생겨요. 제가 없더라도 동등한 입장에서 일할 수 있는 역량(동등한 위치)이 발휘될 수 있어야 건강한 문화 공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짝꿍 얼굴을 관찰하며 쓴 글’을 토대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 학생들은 미술과 게임을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며 문화예술 활동을 합니다.
 

교육 활동들에 대해
  “2006년에 공동 기획으로 시작된 ‘홍예문 프로젝트’는 공공예술 안에 문화예술교육을 접목한 첫 사례일 거에요. 초등학생 아이들이 산보와 놀이를 통해서 지역을 관찰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익히게 된 동네 역사, 공간, 생활문화 등을 다시 사진과 뉴미디어를 활용해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청소년 프로그램인 ‘우리동네 고고씽RPG’는 올해 3년 된 프로그램이에요.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는 ‘미션 수행’ 방식을 접목시켜서 진행되는데요. 이를 테면 이런 거에요. 연안부두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어떻게 즐길까 하는 고민을 ‘해물라면 재료 사오기’와 같은 미션을 통해서 풀어보는 거죠. UCC 동영상을 제작해 지역 매개자 역할을 하기도 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텍스트 아닌 다른 표현 방식을 배워가고, 보이고/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시도할 때  예술적 감성과 지역의 이해를 함께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들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예술가들 대부분이 자기 작업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연대활동 하기가 쉽지 않아요. 수입이 정기적이지 않기 때문에 선뜻 같이 하자고 하기 어렵구요. 일을 잘 아는 사람들은 또 바쁘고. 그래서 활동가와 기획자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되었으면 합니다.”

  꾸물꾸물 문화학교는 올해 하반기 대학생, 고3 제자들을 대상으로 청년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네 문화기획활동가로서 놀고,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려는 취지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전시, 기획자, 큐레이터, 비평가와 만나서 소양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사업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인맥과 청년이 만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또, 인천대학교 대학원생 20명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아트와 관련한 교육 요청을 받아 공공미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꾸물꾸물 문화학교 카페 : http://www.studio525.net/

 

글 : 이광민(사업지원팀)
사진출처 : 꾸물꾸물 문화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