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를 꿈꾼다] 유러피언의 민영화는 ‘시장’ 아닌 ‘사람’을 향해

유러피언의 민영화는 ‘시장’ 아닌 ‘사람’을 향해[기획연재] 위기의 시대, 사회적 경제를 꿈꾼다 ② 유러피언들이 꿈꾸는 세상 <상>

김갑봉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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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호] 승인 2009.11.16  05: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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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모두들 위기의 시대라고 말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돌입했다고 했지만, 그 이면에는 양극화ㆍ청년실업ㆍ지역경제 붕괴 등 암울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이 위기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국내외에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라고 하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덧 우리에게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 ‘협동조합’ 등의 말로 성큼 다가온 ‘사회적 경제’를 실천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위기의 시대를 넘어서고자 하는 국내외 사회적 경제의 현 주소와 그들이 그리는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여섯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유러피언 드림의 자양분 ‘사회적 경제’

   

2007년 유럽경제사회위원회(EESC)가 발표한 ‘유럽연합 사회적 경제 고용현황’을 보면 유럽연합 25개국 전체 임금노동자 중 사회적 경제가 고용하고는 있는 고용비율은 6.7%에 이른다.

전체 임금노동자 1억 6693만 6991명 중 1114만 2883명이 협동조합과 상호공제조합, 민간단체(사회적 기업 포함) 등의 사회적 경제 부문에 고용돼있다. 이중 사회적 기업을 포함한 민간단체 영역이 712만 여명으로 제일 많고 협동조합이 366만 여명, 상호공제조합이 351만 여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사회적 경제 고용인원 비율은 유럽연합 내에서도 서유럽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기존 15개국에서 높게 나타났고, 동유럽을 중심으로 한 신규가입 10개국 등에서는 다소 낮게 나타났다.

나라별로 보면 네덜란드(10.7)와 아일랜드(10.6)가 10%를 넘었고, 프랑스(8.7)와 벨기에(8.0), 핀란드(8.5), 오스트리아(7.9), 이탈리아(7.5)도 유럽연합 평균보다 높은 고용비율을 나타냈다. 반면 독일(5.8)과 폴란드(6.1), 헝가리(2.3), 체코(4.1), 슬로바키아(5.7) 등은 유럽연합 평균보다 낮게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유럽 사회적 경제의 주된 구성 주체는 크게 3개 영역으로 협동조합과 상호공제조합, 민간단체(association) 등이다. 최근 사회적 기업이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의 주된 가치인 호혜적 경제실현과 민주적 운영, 사회적 문제 해결, 지속가능발전 등의 가치는 사실 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늘날 ICA(=국제협동조합연맹. 한국의 농업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도 포함된다.)는 86개국 222개의 회원조직을 포괄하고 있다. 2006년 현재 협동조합은 세계적으로 8억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1억명을 고용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협동조합이 국가경제(GDP)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핀란드(16.1%), 스위스(11.0%), 네덜란드(10.2%) 등이 그러한 나라들이다. ICA는 2006년 “이는 사업방식과 소유모델의 다양성이 경제의 건강성에 기여함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또한 상호공제조합의 경우 ICMIF(=국제협동조합상호보험연합회)는 2007년 현재 70개국의 187개 조직이 회원조직으로 가입돼있으며, ICMIF는 2004년 말 현재 세계 비생명보험시장에서 상호공제조합이 차지하는 비중이 31%이며, 생명보험시장에서는 20%라고 밝혔다.

민간단체(association)는 사회적 경제의 구성요소 중 가장 복잡하고 방대한 부문이라 유럽연합의 전반적인 현황을 살펴보기는 어렵다. 다만 민간단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민간단체와 사회행동 조직’ 분야의 네트워크 조직 CEDAG(=European Council for Voluntary Organisations)와 유럽플랫폼(=European Platform of Social NGOs)을 통해 그 현황을 짐작할 수 있다.

CEDAG는 유럽 각국의 국가별 민간단체 연합조직과 지역별 연합조직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5만개 이상의 민간단체와 900만명 이상의 회원들을 포괄하고 있으며, 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단체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유럽플랫폼은 사회정책에 대한 파트너 역할을 자임하는 네트워크로 지역별, 국가별 나아가 유럽연합 차원의 시민사회 조직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주로 여성, 노인, 장애인, 실업자, 빈민, 동성애자, 사회정의, 평생교육, 보건, 반인종주의 등의 영역의 민간단체들이 중심을 이룬다.

현재 유럽 각국에서는 사회적 경제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이를 제도화하고 있다. 2002년까지 유럽연합 국가 중 6개국이 사회적 경제에 관련된 부서를 신설했고, 프랑스 외에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에서도 공식적인 개념을 정리하는 등 이를 제도화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뿌리는 ‘사회적 협동조합’

   
▲ 브뤼노 롤런트(Bruno Roelants) 유럽노동자협동조합연맹 사무총장

유럽에서도 최근 사회적경제의 한 축으로 사회적 기업이 부각하고 있다. 이 역시 협동조합 활동이 활발한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현재 여러 나라로 퍼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 또한 사회적 협동조합(=공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을 통칭. 유럽노동자협동조합연맹은 노동자협동조합이 사회적 협동조합을 포함한다고 밝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럽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의 구심 역할을 하고 있는 유럽노동자협동조합연맹(= CECOP) 롤런트 사무총장은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협동조합에 기반 해 탄생했으며, 정의를 하면 교육, 환경, 문화, 보건 등의 일반적인 공익서비스(사회서비스)와 관련된 재화나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차원의 자율적이고 공개적인 조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명확한 목적으로 돼있는 것이 영리기업과 다르기도 하지만 이익이 배분되고 기업이 운영되는 방식, 기업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는 방식이 다르다”며 “이는 민주적 운영이라고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덧붙였다.

민주적 운영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의 협동조합과 큰 차이가 없으나, 구성원의 다양성은 유럽 사회적 협동조합의 두드러진 특징이자 최근 달라지기 시작한 흐름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롤런트 사무총장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동시에 조합에 구성될 수 있도록 명시했다는 점”이라며, “나아가 협동조합끼리 또 하나의 협동조합을 구성할 수도 있는데 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에 유럽노동자협동조합연맹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모델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롤런트 사무총장은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이 협동하는 또 하나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컨소시엄’이라고 부르고, 이탈리아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이탈리아에 7000여개 사회적 협동조합이 있는데 컨소시엄이 왜 중요하나면, 사회서비스 제공과 취약계층의 사회통합이라고 하는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모가 요구된다. 정부 입찰에 응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만으로는 규모가 작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이를 컨소시엄을 통해 해결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영화, 그 길목을 지키고 있는 ‘사회적 경제’

유럽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사회적 기업)은 현재 유럽의 추세인 민영화와 관련이 깊다. 그동안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일률적으로 담당했다면, 지금은 이를 민영화하고 있다. 이는 영국(대처리즘)과 미국(레이거노믹스)의 신자유주의를 도입해 의료, 수도, 전기, 가스 등의 공공재를 민영화하는 한국과 명백한 차이점을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 활동을 하다 현재 벨기에 리에쥬대학에서 사회적 경제를 연구하고 있는 엄형식 연구원(박사과정)은 “유럽도 현재 민영화가 추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시장에서 맡겨서는 안 된다는 유럽피언들의 암묵적 합의가 있다”며 “민영화의 이유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지고, 지역별 계층별로 사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다양한데 이를 충족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롤런트 사무총장 또한 “유럽연합에서 사회적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최근 동유럽에서도 관련법 제정을 검토하는 데에는 민영화와 관련이 깊다. 이런 흐름은 공익서비스를 민영화할 때 영리기업에게만 줄 수 없다는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며 “유럽에서는 민영화 한복판에 협동조합이 있다. 유럽도 민영화가 논란의 대상이지만, 민영화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영리 추구 집단이 아닌 집단으로 가야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비영리 성격의 사회적 협동조합 모델이 많아지면 좋다”고 덧붙였다.

   
▲ 사회적 경제 개념 안내도. 사회적경제는 공공적인 성격을 가지면서도 민간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동시에 비영리 성격과 더불어 시장의 영역에도 걸쳐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EMES유럽연구네트워크>

한편, 유럽에선 매년 수백개의 노동자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에 따라 유럽 내 기업들이 해외 이전, 폐업 등의 조치를 내리기 때문인데 그 빈자리를 노동자협동조합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롤런트 사무총장은 “유럽노동자협동조합연맹에 소속된 노동자협동조합이 1만 5000개에 달한다. 기업이 이전이나 폐업하면 실업이라고 하는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며 “노동자협동조합은 다른 협동조합과 달리 자신이 직접 몸담고 일하는 곳이라 협동조합 의식 수준도 높고 운동이 활발하며, 굉장히 역동적이다. 때문에 해당 지역이나 국가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수도권과 지방, 초국적 자본과 지역경제 부의 유출 모순을 겪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 관련해 “결국 그 지역의 시민들이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지역은행이나 지역기업을 만드는 것이 지역경제의 발전을 가져온다. 일반 영리기업들은 이윤 안 나오면 철수한다. 그래서 지역민이 투자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지역경제 발전”이라며 “다만 개별 조합만으로는 어렵다. 한국의 농협이 잘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한국의 농협은 규모의 경제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지역만으로 국한해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광역차원의 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탈리아 모델이 중요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럽피안과 아메리칸은 ‘사회적 기업’도 달라

   
▲ 쟈끄 드푸리니(Jacques Defourny) 벨기에 리에쥬 대학 교수, 리에쥬 대학 사회적경제센터 소장, EMES유럽연구네트워크 대표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출발한 데서 알 수 있는 것은 공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사회적 기업의 흐름은 198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탈리아 정부가 여러 사회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손을 떼면서 이러한 공백이 생기자 이를 메우기 위한 시스템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

1991년 이탈리아 의회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후퇴로 발생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조직들에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관련법(1991년 사회적 협동조합법 제정, 2009년 사회적 기업법 제정. 이탈리아는 헌법에 사회적 경제를 명시하고 있다)을 제정했다.

유럽에서 EMES(=사회적 기업의 등장이라고 하는 불어의 이니셜) 유럽연구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관련 분야를 깊게 연구한 이 분야 세계 석학인 벨기에 리에쥬대학의 쟈끄 드푸리니(Jacques Defourny) 교수는 이탈리아 사회적 기업과 관련해 “관련법 제정이후 사회적 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05년 기준, 7500개의 사회적 기업에 24만 4000명가량이 고용돼있다”고 말했다.

드푸르니 교수는 유럽연합의 재정지원을 받아 1996년부터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소속 15개국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96년부터 2000년까지 진행한 연구에서 그동안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여러 조직과 활동들을 비교 연구했다.

드푸르니 교수는 유럽에서 사회적 기업이 증가하게 된 이유에 대해 “첫째는 사회적 기업의 연합조직들이 활성화(=이탈리아의 협동조합 컨소시엄 등)되고, 둘째는 사회적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재정지원, 상호공제조합 등의 재정지원, 기타 기금)이 존재했고, 셋째는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공공조달을 통해 사회적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줬다”고 설명했다.

   
출처 : EMES유럽연구네트워크

그는 또 사회적 기업과 관련해 4가지 경제적 기준과 5가지 사회적 기준을 설명한 뒤 “이 9가지 기준은 사회적 기업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를 가늠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사회적 경제는 호혜성에 기반 한 민간조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리와 비영리, 공식과 비공식, 공공과 민간이 겹쳐지는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EMES유럽연구네트워크의 연구결과를 보면 유럽과 미국의 사회적기업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국은 비영리민간단체가 돈을 벌어 자체 충당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것을 사회적 기업이라 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와 관련 드푸르니 교수는 “개인 사회적 기업가의 리더십을 중요시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적으로 시장자본에 사회적 기업의 운영을 의존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원한 공동취재로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