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편한 세상] 중증장애인도 활동보조인도 모두 힘든 상황

중증장애인도 활동보조인도 모두 힘든 상황[기획연재] 장애인이 편한 세상은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 7. 활동보조서비스

심혜진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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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 승인 2012.05.29  1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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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무개(31ㆍ계산동)씨는 지체장애가 있어 전동휠체어가 없으면 혼자서는 마음대로 이동을 할 수 없다. 식사나 옷 입기 등 일상생활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2010년 7월부터 혼자 산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수급비와 장애연금 등으로 월 64만원을 받아 월세 37만원ㆍ관리비 10만원을 낸다. 남은 돈 17만원이 한 달 생활비이자 용돈이다. 겨울에도 보일러를 틀 수 없는 가난한 살림이지만 그나마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건,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때문이다.

장애 등급ㆍ생활환경에 따라 한달 최대 273시간 사용 … 하루 8~9시간은 중증 장애인에게 턱없이 부족한 시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다. 정부에서 2007년 4월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작년 10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틀을 갖췄다. 활동지원급여(시간 당 8300원)로 활동보조인을 고용할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장애인에게 현금으로 지급되지는 않는다.

장애등급에 따라 월 86만원(103시간)부터 35만원(42시간)까지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하는데, 생활환경에 따라 80시간부터 10시간까지 추가로 주어진다. 또 지자체 별로 월 30~90시간의 활동급여를 지원하기도 한다.

인천시의 경우, 장애1급(103시간)인 이가 기초생활수급자(80시간)로 혼자 살면 기초지자체별로 추가 지급하는 활동지원급여(90시간)까지 모두 더해 한 달 최대 273시간 동안 활동보조인을 고용할 수 있는 것이다.
유씨는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에게 서비스 시간이 적당한지 물었다.

“하루 8~9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넉넉하지는 않다”

유씨는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밥을 해먹을 수도, 옷을 입을 수도 없다. 활동보조인이 없는 밤 시간엔 배가 고프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아야한다. 그는 “예전에 식구들에게 모든 걸 의지해야할 때보다 비할 수 없이 마음이 편하고 서비스도 좋지만, 최소 하루 12시간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활동지원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27.5%인 69만명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일상에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을 따로 추리면 35만명(13.9%)이다. 그러나 활동지원급여를 사용하는 사람은 5만 5000명 수준으로 미미하다.

정부에서 책정한 예산이 턱없이 적은 데다, 신청한 이에 한해서만 지원하다보니 이 제도를 모르는 이들은 사용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또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하기 위해선 장애등급을 새로 받아야하는데, 그 심사 규정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어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신청하기를 꺼려하기도 한다.

휴일도 없고 일은 힘든데 보수 적어 … 정부는 예산 탓 하지만, 의지의 문제

한편,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근무여건도 문제다. 현재 활동지원급여는 시간 당 8300원으로 책정돼있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을 고용하는 중계기관에서 수수료와 4대 보험 등을 공제하고 남는 금액은 6000원 남짓. 여기에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만 일을 해야 해, 근무시간과 수입이 일정치 않은 상황이다.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휴일이나 야간 수당도 따로 책정돼있지 않다. 장애인에게 지원된 시간이 적어 대부분 한 명만 고용하는데,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이 넘는 이를 혼자 부축해 이동시키다보면 온 몸에 힘이 다 빠진다. 보수는 적고 몸은 힘들어 과연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임수철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한 토론회에서 “일본은 한 사람이 한 달에 3000시간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1명이 활동보조인 4명을 24시간 내내 고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자립선언’ 활동가 김경현씨는 “활동보조인은 장애인들이 당당히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능숙하고 경력 있는 활동보조인이 많아야 장애인들도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근무여건이 열악해 활동보조인도, 서비스를 받는 사람도 서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광백 인천장애인부모연대 사무국장은 “중증장애인이 하루 8시간도 맘 편히 지내지 못한다는 것은 인권 측면에서도 부당한 일”이라며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과연 예산이 남아돌아서 하는 사업인가? 이는 예산문제가 아닌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