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이웃> 마을 만들기는 ‘마음 만들기’

 

 

 

  연수구 청학동에 있는 ‘마을과 이웃’은 1998년도에 결성된 주민공동체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이 지역은 ‘토지구획 정리사업’ 대상지였는데, 사업으로 인해 주민들의 재산권 ․ 주거권이 침해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때 지역주민 600여명이 자발적으로 단체를 결성해서 부당한 감보율*에 저항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감보율 투쟁은 14개월 동안 이어졌고, 결국 주민들은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단체도 자축을 겸한 송년 마을잔치 행사를 끝으로 해체할 예정이었으나, 앞으로도 동네를 위한 역할을 하길 바라는 주민의 요청이 있어 지금까지 마을공동체 활동이 이어지게 되었다는데요. 새삼 집단(공동체)의 경험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마을의 이야기는 어떻게 씌여져 왔을까요? <마을과 이웃>의 윤종만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토지구획 정리사업에서 공용지(도로 ·공원 ·학교 부지 등)를 확보하고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토지를 공출받는 비율

 

나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로

  마을과 이웃이 시작된 계기를 여쭤봤습니다. “89년에 청학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주택을 구입할 때 감보율로 인한 계약상의 문제가 있어서 구청에 가서 해결을 해야 했었죠. 그리고 한참 뒤인 98년, 주민들은 다시 문제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윤 대표님은 당시 상황이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마을 전체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회 강당을 빌려서 공청회를 하는 등 주민들이 함께 논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곧 자발적으로 대책위원회가 세워졌고, 시청 앞에서 농성을 하게 되었는데요. 당시에는 생소했던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러 모였는데, 택견 판을 벌이는 등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웃음)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고, 그 덕에 여론의 조명을 받게 됐죠.” 결국 주민들이 승리한 이 ‘부당감보율 철회운동’은 전국에서 전무후무한 주민운동으로 인천광역시 사회부문 시사에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마을에 한 번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수인선이 지상으로 건설되도록 계획되면서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 기찻길이 놓이게 된 것인데요. 무려 54개월간 다양한 방법으로 주민 의사를 표현한 결과 철도청이 지중화 건설로 방침을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윤 대표님은 “처음엔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우리 뜻대로 되겠어?’ 하던 주민들도 ‘어? 이게 가능하네?’ 하며 놀랐고, 자긍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했던 일이 주민도 변화하게 만든 거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웃이 함께 마을을 고민하다

  문제가 해결된 뒤 주민 6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을잔치가 열렸다고 합니다. “대책위원회는 임시 단체로, 소임이 끝났기에 해체를 발표했는데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반대했습니다. 어렵게 만든 단체인데 없애지 말라, 주민들이 도울 테니 계속 마을을 위한 일을 하라는 거였죠.” 그래서 단체를 재 창립하고, 새로운 활동을 전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을과 이웃이 위치하고 있는 청학동은 저층 주거형태가 80%이상인 곳으로, 저소득계층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맞벌이, 한부모, 조손가정 등이 증가하면서 보호자 없이 홀로 방치되는 아이들도 늘어나게 되었죠. 한편에서는 어른들이 당장 경제활동에 나서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기에 손쓸 방법이 없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마을 어린이와 청소년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동네에는 토지구획사업 대상지역의 주민들이 매각하지 않은 자투리땅이 있었습니다. 이 땅과 탕감 받은 감보율 청산비용 일부(잉여금)을 제공받아 ‘나눔의 교실’을 건립하게 되었는데요. 윤 대표님은 “감보율 투쟁 승리로 인해 공동체 의식이 생긴 결과였다.”라며 말을 이었습니다. “자기가 취득할 수 있는 이익이었는데도 양보할 수 있었던 건 예상에 없던 절반의 비용을 탕감받은 성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점점 더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공감대가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청학동이 꿈꾸는 마을의 모습

1) 평생학습마을

  이후,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어린이 공부방을 ‘마을공동체학교’로 개명하여 방과후 교실을 열었습니다.(2003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아동학습을 위해서였는데요. 지금은 지역아동센터가 많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전국 최초의 방과 후 교실이라고 하네요! 2004년부터 아이들에게 기본 교과목부터 한자교육, 사물놀이, 인성교육, 미술심리치료 등 다양한 체험학습을 제공하고 있으며 교육비와 식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영유아 보육문제가 지역 가정의 큰 걱정이라고 인식하여, 국공립어린이집 위탁운영에 응모해서 2007년부터 정원 99명의 구립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밤10시까지 연장보육, 장애아동 보육을 통해 이웃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하네요.

  앞으로 마을공동체학교는 은퇴자 교육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표님은 마을 사람들이 일생동안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평생학습마을’이 되고자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 문화마을

  합창단과 풍물반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스스로 익히고, 나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활동입니다. 매년 연수구청 대강당에서 발표회를 열고, 단체장들이 와서 시상을 한다고 합니다. 행사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마을이 나를 지켜주는 언덕'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 주었다는 것을 상기시키게끔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마을이 힘을 갖게 된다고 하네요.

  환경개선의 차원에서 문화재단과 함께 벽화사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민의 삶의 역사(정체성)를 담아서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는데요. 예술가들과 함께 ‘마을 박물관길’을 조성했습니다.

  초복과 중복 날에는 솥을 걸어 경로당 마당에서 삼계탕 잔치를 한다고 합니다. 어르신들께는 옛날 마을의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공동체문화를 알게 해주는 행사입니다. 어른들은 이 날을 위해서 일찍이 잘 타면서 연기가 나지 않는 나무를 모아 놓는다고 하네요.

  청학동에는 530년 된 느티나무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동네의 자랑이자 상징인 이 나무 이름을 딴 <느티나무 축제>를 매년 진행하는데, 99년부터 지금까지 주민이 주인이 되어 진행하는 축제입니다. 이 느티나무는 경주 최씨문중에서 관리하던 고목인데, 10주년 음악회를 본 문중회장께서 감동을 받고 “앞으로 느티나무를 마을에서 맡아주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마을에는 굉장히 상징적인 일이었습니다.

 

3) 풀뿌리 주민자치 마을

  대표님은 청학동이라는 지명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습니다. “지명 자체가 갖는 유래를 찾아보니 도교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청학동은 민초들이 난을 피해서 숨어드는 이상향 이라는 뜻인데,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장에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요?”라며 공동체운동의 지평이 풀뿌리 자치, 평생학습, 문화의 내용을 담아가는 철학적 근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말씀 중간에 “마을은 삶이 투여될 수 있는 현장이 되어 경험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하시기에 자립. 다시 말해 공동체적인 입장에서 경제활동을 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아직 삶을 공유하는 작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와 비즈니스’라는 제목으로 주민강좌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예산 지원이 끊겼을 때도 자립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함이 생기면 시작하려 합니다.”라고 하셨는데요. 하지만 동네에서 관심 있게 공부하며 준비하시는 분이 계신다니, 조만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을의 의제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동네에는 원룸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 한편에서는 정주의식 ․ 공동체의식이 희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쓰레기 문제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치우는 사람 혼자 버리는 사람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죠. 또 안전 문제에 있어서 주차문제가 시급하다고 합니다. 비상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공영주차장이 완성되면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두 문제 모두 최소한의 주민의식을 같이 만들어서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또 수인선 지중화에 따른 지상공간을 활용해서 도시농업(과수원), 복합 문화공간을 계획하고 있으시다네요. 역 근처 공간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를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마을만들기는 ‘마음’만들기

  벌써 마을활동 16년차. 윤 대표님은 지난 기간 부족한 부분은 반성도, 후회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공인으로서 마음의 수련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사적인 것이 개입될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비록 생각일지라도 박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동양사상을 다시 읽었는데 나이 쉰을 넘어서 보니까 새롭게 보입니다. 마을은 실질적인 도량이어야 하고, 개인의 내적인 환경도 변화시킬 수 있는 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내면에 있는 양심을 회복하는 것이 마을운동의 근간이 되고, 이에 근거해서 변화의 계기들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죠. 앞으로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준비하려 합니다. 그래서 마을 만들기는 마음 만들기라고 생각합니다.”

 

 

 

청학동 마을공동체 ‘마을과 이웃’

연수구 청학동 (마을공동체학교)

http://cafe.daum.net/ch0001

 

 

글/사진 : 이광민(사업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