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라서 더 가까운 이웃들 <서창동 LH 11단지 아파트>

 

남동구 서창동 LH 11단지 아파트

이창훈 관리소장, 하영애 동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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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11단지 아파트가 있는 곳은 택지개발지구라고 들었습니다.

동네만의 특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원래 이곳은 갯벌이었다. 주택공사에서 갯벌을 매입해 일대를 주택단지로 조성 중인데. 갯벌이다 보니 비가 오면 단지 내에 게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굉장히 자연친화적인 면이 있다. 저 멀리 바닷물이 나왔다 들어가는 것도 보이고, 조금만 더 가면 생태공원에 풍차가 있는 소금창고도 만날 수 있다. 이 지역에는 15개 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13000가구에 5만명 정도가 살 계획이다. 11단지는 가장 먼저 입주했다. 당시에는 교통시설도 상가도 전혀 없고, 밤이 되면 완전 깜깜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하나도 몰랐다. 그러다 보니 주민 간에 결속력이 굉장히 강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생적인 활동들이 왕성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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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시설이 다 있었다면 이웃을 신경 쓰지 않아도 혼자 다 할 수 있었을 텐데,

자연스럽게 생활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겠어요.

동네가 워낙 불편하고, 문화 소외지역이라는 점에서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시내로 나가는 것도 워낙 멀다 보니 지역 활성화라는 개념 자체가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작년 10월 25일 진행한 주민축제를 계기로 관심이 생기고, 참여가 늘어나 점점 더 살이 붙게 되었다. 주민이 가진 재능과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고, 기획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자 점점 더 확장시킬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처음 아파트가 지어졌을 때 동네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 창구가 있었나요?

11단지가 이웃 단지인 7블럭과 입주시기가 3개월 정도 차이가 난다. 두 단지의 입주 예정자들은 2년간 아파트 완공을 기다리며 소식을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이웃 단지임에도 서로 친하고, 정보 교류가 활성화되어 있다. 또 동네에 어린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30대의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산다는 뜻이다.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온라인상에서의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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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에서 벌어지는 활동이 궁금합니다.

아파트 2개 단지가 2년 여 간 아무것도 없이 지냈다. 작년에 세 개 단지가 추가로 입주했고, 올해 2~3 개 단지가 추가되어 총 일곱 개 단지가 입주될 예정이다. 작년 6월 인천시향 음악회를 치렀는데, 음악회 이후 2부 순서를 자체적으로 준비해 봤었다. 마술 행사 등 두세 개 코너를 준비했는데 주민들 반응이 매우 좋았다. 주민들이 이런 걸 좋아하시는구나 하고 알게 됐다. 이게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주민공동체를 활성화 시키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마을공동체 사업을 신청하게 됐다. 그래서 작년 가을 주민축제를 진행했다. 축제에서 선보일 아이템들을 모으기 위해 모집을 했는데 워낙 많은 문화예술 아이템을 주셔서 잘 치러낼 수 있었다. 다시 봄이 되면 주민 벼룩시장이나 알뜰 장터를 자체적으로 진행해 볼 계획이다. 채소 화분을 미리 분양해서 축제 때 150인분의 대형 비빔밥을 만들어 나누어 먹을 계획이다. 어쨌든 걱정이 많았는데 가을잔치는 잘 치렀다. 올해도 가능하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준비를 해서 발표회 형식으로 이틀간 선보일 예정이다.

한번은 하천에서 게를 방생하는 행사를 했는데 유치할 줄 알았던 우려완 달리 의미도 좋고 반응도 좋아 빅 히트를 쳤다. 옆 동네인 논현동 같은 곳이었다면 기반시설이 전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아마 관심이 저조했을 텐데 아무래도 소외감을 느끼다가 행사가 생기니 참여율도 높고 열의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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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축제를 계기로 많은 활동이 생겨났다. 칭찬하고 싶은 것이 자율방범대와 환경지킴이 활동이다. 주민들이 솔선수범해서 너무 잘하고 있다. 그리고 북카페와 작은도서관 공간을 단지 내에 마련했는데, 양초, 클레이아트, 천연비누, 공예 등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작년에 빈 공간을 헬스장으로 꾸미고 모든 집기를 주민의 힘으로 마련했다. 주민들 두분이 파트타임 일자리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애초에 스파시설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운영이 어려워 오픈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주민 중에 에어로빅 협회 강사님이 있어서 이곳에서 필라테스 교실을 열기로 했다. 10명만 모집하려고 공고를 냈는데 100명이 모였다. 깜짝 놀랐다. 그래서 24명을 추첨해 두 반을 운영하고, 나머지는 3개월 단위 순번제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밖에 예술봉사 연주팀에서 활동하시는 주민분이 강사가 되어서 기타 강습을 해 주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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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간다던지, 공모사업을 연결하는 방법을 사용할 때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그룹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소통하고 계신지요?

소규모 모임 주축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 선거관리위원회, 자율방범대, 환경지킴이, 북카페 운영회가 있고, 조금 있으면 규약을 세우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단체도 생긴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구성 중인데 그런 쪽에서 동네일을 적극적으로 할 듯하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중간 역할을 한다.

 

아파트는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보니 주민 간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공동의 경험이라는 게 참 특별하다.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이 정말 다르다. 함께 하는 일들을 통해 이웃이라는 공감대가 자꾸 생긴다. 방금 이웃 간 칸막이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집 벽은 이웃의 벽이기도 하고, 우리 집 바닥은 이웃의 천장이다. 전부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는 딱딱한 환경이라 자못 이기화되기 쉽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아파트만큼 연결되어 있는 주거형태도 없지 않나. 가을 축제를 진행해 보니까 주민들의 마음이 열리고, 공동의 경험에 동화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방식이 공동주택의 단점을 완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경험이 가진 의미와 가치는 참여한 본인들이 더 잘 안다.

 

행사를 치르고 나서 무척 힘들었지만,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두고두고 즐거워할 추억이 남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다. 그런 면에서 스스로도 뿌듯함을 느낀다. 행사가 끝나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서 정리를 한 다음 피곤한 심신을 느끼지만, 다음날 보면 스스로 즐겁고 뿌듯해 하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또 하진 말자”하고 다짐한다.(웃음) 하다 보면 점점 익숙해지고, 쉬워지고, 요령도 생길 것 같다. 하다 보면 살이 붙어 나가겠지.

 

동네에 염전이나 갯벌 등 환경자원이 많습니다.

그런 것들과 행사를 연계해서 진행하기도 하는지요.

올해 문화재단 공모사업을 통해 주민사업을 진행해 보려 한다. 특별할 것 까지는 없지만 독특한 것들과 연계해서 진행해 볼 계획이다. 백일장, 거리공연 같은 것들도 있고, 동네에서 같이 아우를 수 있는 문화행사로 필라테스 팀이 축제를 겨냥해서 열심히 연습해 두어 팀이 나올 예정이고, 그밖에 여러 강좌에서 일상적으로 연습한 것들이 무대에서 선보여질 것이다. 공모와는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장이 만들어지고 있고, 나아가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담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가치관이 활동에 반영되기도 하나요?

일을 추진하기 위해 추진력을 내면 소통 면에서 소홀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속도가 늦더라도 충분히 검토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토론이 활성화 되어야 하고, 작은 것들도 소통이 되어야 한다. 늦게 가더라도 각양각색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완전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더라도 서로의 시선을 인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늦더라도 충분한 속도라고 생각하는 빠르기와, 주민 의사를 반영하는 입주자대표회, 관리 주체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충분하게 주민의 의사를 묻고 또 물으며 좁혀 가면서 최선의 과정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시민들의 상식이 일정 지식 이상의 수준이기 때문에 이는 더욱 더 중요하다. 지금 입대위에서는 녹음․녹화 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주민들과 투명하고 공개된 회의를 갖추었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보다 과정이 몇 배는 더 중요하다. 결과는 잘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노력하는 과정이 진짜 가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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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에서 특별한 일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축제를 계기로 재능기부를 하고 싶은 분들이 북카페를 중심으로 만나게 되었다. 뜨개질, 클레이, 영화상영 등 아이들 방학 기간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아직은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만 이용하지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과정 속에 있는 상황인 것 같다. 무언가 뚜렷하게 성과를 내고 일정 수준에 올라 있다고 평가를 하기보다는, 이웃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서로 그런 모습들을 발견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그게 전부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생겨날지는 모르겠는데, 주민들이 직접 추구하고 싶은 바를 향해 노력하고, 관리 주체는 뒤에서 조력하고, 준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올해도 축제가 계속된다면 좋겠다. 우리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축제를 계기로 사람들이 발굴된 덕분이다. 주민들의 재능을 묵혀둘 것이 아니라 정보와 함께 계속 공유해 가면서 연쇄적으로 생겨날 관계에 의해 동네와 이웃 관계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