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도서관





▲<풀뿌리 미디어도서관> 선생님들. 김신자, 김율하, 안정옥, 윤영미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풀뿌리 미디어 도서관?

‘풀뿌리 미디어 도서관’은 인천여성회 서구지부가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이다. 지역에서 10여 년 간 활동하던 여성회가 가장 관심을 갖게 된 주제는 교육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두고 아이들, 엄마들을 포함해 주민들과 함께 고민을 이어간 결과, 문제를 구체적으로 풀어보기 위해 3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치며 미디어에 특성화된 도서관을 만들게 되었다. 미디어도서관 앞에 ‘풀뿌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마을에서부터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 위한 시민운동’ 차원에서라고. 그렇게 만난 엄마들의 모임이 확대되면서 작년부터는 공모사업을 활용해 지역과 소통하는 독서활동을 이어가게 되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다

도서관이 자리한 곳은 서구 연희동. 인천에서도 서구 권역은 매우 넓은데, 단체 활동을 중심으로 출발했기에 처음에는 서구청을 중심으로 한 연희동에 근거지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위로는 김포, 오류, 검암, 청라에서부터 아래로는 가좌, 석남동에 있는 회원들이 이곳을 거점으로 단체활동을 하게 되었다.

단체활동으로 시작한 도서관은 점차 지역과 함께 호흡해 나가고 있다. 도서관의 목적이나 역할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변 이웃들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독서·교육활동을 함께 진행하고, 그 가운데 삶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러 오셨던 분들이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하거나 요일별 아이들 프로그램진행을 도와주시기도 해요. 후에 도서관 상근활동을 하시기도 하고요. 아이들 때문에 왔던 도서관이 엄마들을 친구가 되게 만들고, 운영에 참여하면서 더 자주 삶을 나누는, 끈끈한 사이로 만들어 주었죠.”도서관 활동가 김신자 선생님의 말이다.

비영리시설인 도서관의 특성상 운영에 필요한 세세한 손길들은 자원봉사 어머님들에 의해서 꾸려지는데, 도서관이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과정에서 지역 이웃들이 도서관과 함께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가며 지속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 ‘시도 때도 없이’ 동아리 모임

ⓒ풀뿌리 미디어도서관

각자 잘 할 수 있는 것을 나누자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으로 올라갈 때쯤이었나? 도서관에서 영화 찍는 프로그램을 일주일 정도 진행했었어요. 평상시에는 접하기 힘든 프로그램인 터라 소식을 들은 저희 아이가 도서관에 오게 되었고, 뭘 하는지 궁금했던 저도 덩달아 따라 오게 되었죠. 아이가 영화 관련 활동을 하고, 영화제에 가서 감독과의 대화를 경험하면서 뭐랄까,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꼈어요. 우리 애 꿈은 아직도 영화감독이에요.(웃음)”

“그러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도서관 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한 번은 바느질 모임이 있었는데, 제가 재주가 있다는 걸 관장님에게 그만 들켰어요.(웃음) 재능기부로 바느질 강좌를 열어달라는 관장님의 제안이 일 년 가까이 이어졌어요.(웃음)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부담스러운 성격인 저는 계속 고사하다가 우리 애가 변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무언가 기여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어 강좌를 시작하게 되었죠.”

“동네 분들에게 활동을 권하면 여성회란 말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단체라고 하면 거창하게 뭘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인가 봐요.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해보자고 홍보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에 비해서 엄마들은 아직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없애기 위해서 동아리 활동을 넓혀가는 중이에요.” (김신자 선생님)


미디어에 특화된 도서관, 무슨 일을 할까?

도서관에서는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화 제작활동을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시나리오부터 출연, 촬영까지 해내는데 단편영화까지 만들 정도라고. “근처에는 심곡어린이전문도서관 같은 큰 도서관이 많아요. 그래서 미디어적인 접근으로 특화된 도서관의 역할을 찾고자 했어요. 요일별로 미디어영상교육을 진행 중인데, 아이들이 각자의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해요. 또 여성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활용 교육도 하고요.” 안정옥 관장은 미디어 문화가 갖는 메시지를 책과 접목하고, 또 동네와 접목할 때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동네 인터넷방송 <비상구 - 김군들의 이야기>

http://cafe.naver.com/icwaseogu/739

도서관은 동네와 어떻게 만날까?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우체통 개수만큼 작은도서관이 많이 생겨야 해요. 요즘은 큰 공공도서관도 많이 생겼지만 대부분 입시라던가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곳이 되었잖아요.”안 관장은 “작은도서관의 방향은 이와 다르다”며 공모사업을 통해 찾아가서 책을 전달하고, 또 읽어주는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주민과 만나서 소통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도서관의 ‘도란도란’ 팀은 자녀와 대화법, 기획 강좌 등을 준비하던 엄마들 모임이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의기투합 끝에 만들어진 모임이다. 그전까지는 각자가 가진 재능을 나누고, 함께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었다면 도란도란 활동으로 본격적으로 지역과 소통을 하게 된 것이다.

도란도란의 ‘찾아가는 책 자전거’ 팀은 매주 월요일마다 (영업시간과 겹쳐서)도서관을 찾을 수 없는 지역의 상가들을 찾아다니며 책을 빌려주는 활동을 한다. 그리고 ‘찾아가는 책 읽어주기’ 팀은 연희동의 돌봄기관, 교육기관의 영유아 아동을 찾아가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한다. “책 읽어주기 활동을 하다 보니 심곡동 같은 옆 동네에서도 요청이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인력이 한정되어 있어서 쉽지는 않아요. 마을의 요청이 늘어날수록 도서관이 폭넓게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찾아가는 책 자전거’ 프로그램에서는 인근 교육기관이나 돌봄기관에 찾아가 어린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활동을 한다.

조금씩 생겨나는 관계들

이웃과 만나면서 느낀 소회에 대해 물었다. 김신자 선생님은 “도서관이 교회 건물을 함께 쓰고 있다 보니까 주변 분들은 선교사업이라고 오해하시는 경우도 있어요.(웃음) 동네에서 우리 활동을 조금씩 알아 가는 중이에요. 더 많이 홍보해서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한다.

“그동안 내 아이만 낳아서 키워봤지 지금처럼 많은 아이들과 뭘 해본 게 아니어서 처음엔 말도 많고 시끄러운 아이들이 겁났는데(웃음) 막상 만나면 너무 귀여워요. 한번은 어떤 친구가 ‘선생님! 저 며칠 전에 놀이터에서 봤어요!’ 라며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래? 아는 척 좀 하지 그랬어.’ 라니까 이내 쑥쓰러워 하는 아이의 모습이 그렇게 예쁘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동네 어딜 다녀도 아이들이 나를 볼 수 있겠구나, 앞으로 행동거지를 잘 해야 겠다.’ 라고요.(웃음) 그 애 엄마가 아이한테 저분은 누구냐고 물어볼 거 아니에요. 어린이집에 책 읽어주러 오는 선생님이라는 걸 알면 엄마와도 인사하게 될 거고, 그렇게 서로 알게 되고, 우리 활동도 점차 알려지지 않을까 해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요리의 전 과정을 배우고 익히는 프로그램 <삼시세끼>

ⓒ풀뿌리 미디어도서관

“내가 얻은 배움을 환원하고 싶었어요.”

도서관은 왜 지역과 만나서 소통하려 하는 걸까? 윤영미 선생님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 혼자 육아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되는데, 그래서 품앗이를 하다 보면 지역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한다. “엄마들이 지역에서 열리는 인문 강좌 등에 관심이 많은데, 자기만 정보를 얻고, 다시 지역에 환원하는 방법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누군가가 내게 뭘 해주길 바라고, 지역에 해 줄거라고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강좌를 듣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라는 생각에 책 읽어주기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우리 아이는 다 컸지만 어린 아이들과 만나다 보면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겨요. 옛날에 아이 키울 때 생각도 나고요.(웃음)


안 관장은 “육아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이를 데리고 어딜 배우러 간다거나 모임을 갖는 게 쉽지 않다는 거예요. 아이를 보면서 동시에 뭘 할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거든요. 큰 도서관이나 커피숍을 가도 애들을 먹이고, 눕혔다가 재우는 게 영 쉽지 않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작은도서관은 젖먹이 아이들을 데리고도 사랑방처럼 드나들 수 있도록 공간이 구성되어 있어요. 바닥만 해도 먼저 아이를 키웠던 경험 때문에 아이들을 돌보면서 책도 읽고, 육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는 장점이 잘 살려져 있는 거죠.”라고 말한다.


“아직 아이를 안 키워봐서 잘은 모르지만. 여성회 회원이자 활동가로 함께하고 있어요. 내가 책을 잘 읽어줄 수 있다는 점을 살려서 동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서구지부를 위한 일이니까 우리 활동이 좋은 영향을 많이 미쳤으면 하는 바람에서 참여하고 있어요. 책을 읽어주다 보면 좋아하는 아이들의 표정들, 그리고 말을 많이 하게 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돼요. 아이들은 어른들하고는 다르잖아요. 꾸밈없이 솔직히 표현하는 아이들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끼고, 저도 밝아지는 걸 느껴서 좋아요.” (김율하 선생님)


안정옥 관장은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일을 여럿이 함께하며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고, 우리가 아이들을 같이 키운다는 점에서 갖게 되는 자긍심이 있어요.”라며 “오늘 수업이 평화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왕이면 더 좋은 책. 더 좋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하게 되죠.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풀뿌리 미디어 도서관

서구 연희동 727-7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032-582-3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