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영화공간주안’이 있다

인천에는 ‘영화공간주안’이 있다

영화공간주안 김정욱 관장 심층인터뷰

15-10-28 15:10ㅣ 길다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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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은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격주 수요일 <인천문화재단의 인천 바라보기>를 연재합니다. 인천지역 문화비평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더 많은 문학 대중이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입니다. 격월간 문화비평웹진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를 <인천in>의 온라인에 선별 게재하여 비평문화를 활성화하고 문화콘텐츠를 풍부하게 합니다. 그 첫번째로 순서로 인천의 영화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김정욱 관장과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취재·글 : 길다래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과 우연히 마주쳤다. 그는 이전 스케줄을 소화하고는 샌드위치 봉지를 들고 바쁘게 오르는 길이었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인사를 받아준 덕분에 편안하게 내 소개를 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TV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영화를 즐기고 극장을 찾을 줄만 알았지, 그 이면의 영화산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나에게 김정욱 관장과의 만남은 또 다른 배움이었다. 인천, 서울 그리고 전국을 오가며 영화제와 영화협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영화인을 만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그는 한 마디로 구르는 돌과 같았다.

길다래(이하 길) : 안녕하세요? (영화공간주안의) 관장으로 언제 부임하셨나요?

김정욱(이하 김) : 영화공간주안은 2007년 4월 30일에 개관을 했어요. 준비 단계부터 프로그래머로 활동을 시작했으니까 9년 정도 되었네요. 관장으로 부임해서는 4년쯤 되었습니다. 지금은 관장 겸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어요.

길 : 관장과 프로그래머의 차이점이 있나요?

김 : 관장은 말 그대로 운영 책임자이며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것이고, 프로그래머는 극장에 걸리는 영화를 선정하고 이벤트와 특별 상영회를 기획하는 사람입니다.

길 : 영화 선정의 기준이 있나요? 인천과 서울의 관객 차가 있는지요?

김 : 서울에는 예술영화관이 많이 있기 때문에 각 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저희 영화공간주안은 인천의 유일한 예술영화관으로 주된 관객이 30~50대 여성 분들이 많아요. 국내·외에서 엄선된 예술영화, 한국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되, 과도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화는 피하고 있어요.

길 : 인천을 소재로 한 영화와 인천에서 활동하는 감독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김: 인천에는 독립영화협회가 있어요. 지금 저희하고도 연계를 해서 정기 상영회와 토론회를 분기별로 연 4회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 협회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인들의 모임이에요. 회원은 4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표현하는 영화의 주제가 인천에 국한될 수 없는 것은 보편성의 문제라고 봅니다.

길 : 창작자(감독)로서 기획자의 영역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김 : 아무래도 큰 도움이 됩니다.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질 수 있고, 창작자와 관객의 입장을 동시에 알고 있기 때문에 특별상영회를 할 때 전문성과 확대성을 갖고 작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길 : 이런 예술영화관은 전부 시(市)에서 운영하나요?

김 : 아닙니다.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곳은 전국에 4곳뿐입니다. 서울 성북구의 아리랑씨네센터, 부산시의 부산영화의전당, 전주시의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그리고 인천광역시 남구의 영화공간주안입니다. 서울에는 대기업이나 공사가 운영하는 영화관이 있고 대학과 연계된 극장들이 몇 곳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개인이 운영하는 예술극장은 서울에 3~4곳이 되겠네요.

길 : 단체나 지역,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 극장의 모습이 각각 다른가요?

김 : 일단 서울 극장과 지역 극장으로 나눌 수 있겠네요. 서울에는 지역성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서울은 서울 사람들을 위해서만 영화를 고르진 않습니다.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상영이 가능할 수 있죠. 그 외 모든 지역의 극장들은 지역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역주민들을 고려하여 (상영작이) 선정됩니다.

길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공간주안에서 리뷰어를 모집한다거나 예술영화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교류를 위해 문화콘텐츠들을 운영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김 : 인천시민은 문화 예술을 서울에서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이미 많은 것을 향유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가치 있고 재미있는 활동들을 통해서 지역과 소통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영화를 분석하고 평론을 쓰고 깊이 있게 보려고 하는 인천시네마테크협회가 있습니다. 미래의 영화평론가들을 양성하는 사업이에요. 전부 인천시민회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들의 글을 모아 작년에 책으로 편집하였습니다. 시민들은 서울뿐 아니라 인천에서의 활동을 당연히 필요로 하고 있지요. 인프라는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동안의 시간들을 토대로 꾸준히 영화관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내년의 개관 10주년을 기점으로 영화공간주안 서포터즈를 모집할 예정입니다. 아직 준비단계이긴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저희에게 조언을 해주고 홍보도 도와줄 수 있습니다.

길 : 다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굉장히 열려있는 공간이네요.

김 : 그래야죠. 그래야 합니다. 매달 1편씩, 28회째 상영되고 있는 ‘싸이코 시네마’는 매회 전 좌석 매진을 이루고 있고, 더 이상 홍보를 하면 안 될 지경입니다. (함께 웃음)

길 : 특히 인천 남구로 미디어산업이 집중되는 요인과 이점은 무엇일까요?

김 : 술집으로 유명했던 주안의 거리들이 ‘영화공간주안’과 ‘주안영상미디어센터’의 역할로 인해 ‘주안미디어문화축제’와 같은 예술 활동이 보이고, 젊은 친구들의 움직임이 늘어가면서 거리환경과 마인드가 개선되어 가고 있습니다. 영화와 미디어 산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남구청장님의 역할이 크기도 하죠.

길 : 처음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상 깊게 본 영화나 감독은 누구인지요?

김 : 어릴 때는 정치, 비지니스, 경영 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촬영과 연출을 공부하게 되면서 영화를 찍게 되었죠. 데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 <쉘로우그레이브(Shallow Grave)>, 가이 리치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를 좋게 보았습니다.

길 : 영화감독으로서 차기 영화 계획은요?

김 :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첫 독립 장편영화를 촬영하였고, 막바지 편집 중에 있습니다. <어떤 꿈>이라는 제목으로 3가지 다른 꿈에 대한 이야기에요.

길 : 영화에 도움이 되는 다른 쪽 관심사가 있으신가요?

김 : 음악 듣는 것 좋아하고 갤러리 가는 걸 좋아합니다. 영화와 모두 연결이 되어 있어요. 책 읽는 것도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데, 「시지프스의 신화」를 제일 좋아해요. 제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책입니다. 돌을 끊임없이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

길 : 인천에서 좋아하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김 : 저의 유일한 취미가 스쿠버다이빙이에요. ‘파디’라는 협회에서 다이버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제주도, 강릉, 양양에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근처의 수봉공원을 좋아합니다. 공기가 좋아 걷기에 좋고 중턱에 도서관도 있고요. 그리고 소래포구를 엄청 좋아합니다. 바다 옆에서 술을 한 잔 하고 회를 마음껏 먹을 수 있잖아요.

인생관이 무엇이냐는 커다란 질문에 그는 (다소 의외로) “영화관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덥고 지친 2015년의 여름이 활주로 같은 사람과의 만남으로 시원하게 끝을 맺고, 어딘가로 비상할 것만 같은 희망의 바람이 들어찼다. 가을에도 괜찮은 영화를 보러 주안에 가야겠다. (《플랫폼》 2015년 9, 10월호(통권 53호)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