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두레 공동체 현장을 찾아]⑦행복한 꽃길 통두레

통두레 현장을 찾아마음을 모으니 쓰레기 공터가 행복한 꽃길로

[통두레 공동체 현장을 찾아]⑦행복한 꽃길 통두레

15-11-27 08:00ㅣ 이세민 통두레실록 ‘틈만나면’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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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봉합을 위한 발돋움

인천시 남구 독정이로 88번길 일대를 걷다 보면 재미있는 광경과 마주할 수 있다. 하트 모양의 주민 텃밭부터 시작해서 장독대와 폐품을 재활용한 꽃밭까지,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녹아 들어 있을 것만 같은 이 길을 걷다 보면 누구라도 카메라에 자연스레 손이 갈 것이다.

“이 장독대 공원이 생긴 지는 20 여일 밖에 되지 않았어요. 여기서 장독대와 공터에 버려진 폐품들로 만들기 작업을 하고 있으면 주민 분들이 하나 둘 씩 찾아오세요. 뭐 도와줄 것은 없느냐, 필요한 물건은 없느냐. 그리고 산책하시면서 정말 보기 좋다고 응원을 해주시는 동시에, 본인들도 동네에 좀 더 애착을 느끼시죠.”

이 모든 것들이 마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재개발 지구 지정의 여파로 마을에 빈집과 공터들이 늘어났고 그 곳에 무단으로 쓰레기들이 버려졌다. 쓰레기의 양이 감당 못할 수준으로 불어나자 언덕 아래 사람들은 그것들을 태우고, 연기와 냄새는 고스란히 언덕 위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피해는 점차 늘어났다. 갈등은 사람들의 신고와 반목 속에 점점 더 커져나갔고, 같은 길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등지고 있는 마을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까 머리를 맞댄 첫 번째 결과는 마을텃밭이었다.

물결처럼 퍼져가는 작은 변화들

텃밭으로 언덕 아래의 쓰레기 문제는 해결한 듯 보였다. 무엇보다 서로의 이름이 걸려있는 텃밭으로 사람들이 나오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단절되어 있는 마을의 소통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레 윗동네의 쓰레기 문제로 옮겨갔다.

“여기는 사람들이 이사를 자주 다니는 곳이에요. 나가고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요. 그런데 그럴 때 마다 자기네들 집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빈 공터에 막 버리고 가는 것이죠. 버려진 물건 중에 장독대가 좀 있었는데 그걸로 공원을 만들어볼까 생각해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폐품을 재활용해서 화분으로 만들기도 했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동네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사람들이 하나 둘 같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 장독대, 그리고 공원을 만드는데 필요할 물건들을 기부하고 함께 만들어 가면서 서로간의 관계는 돈독해졌다. 테마를 만들기 위해 동네 할머니들은 어릴 적 이야기보따리를 풀었고, 젊은 엄마는 아이가 더 이상 쓰지 않는 장난감들을 내놓았다. 기술을 갖고 있는 남자들은 큰 일손을 도왔다. 각자가 필요한 것들을 나누는 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더 이상 공터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없어진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장독대와 폐품들로 꾸며진 공간 옆 공터에 사람들은 꽃과 작물을 심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지금까지의 일련을 경험들을 통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단순한 제재보다 땅의 가치 있는 활용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순환적인 긍정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행복의 파장을 만들어 가는 마을

“단순한 거리보다 테마가 있고, 서로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 거리가 되었으면 해요. 행복이라는 것이 크고 멀리 있는 것인가요? 마을에서 만들어진 체계 속에서 소통하고 나누고, 그 속에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행복입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우리 세대는 우리대로, 또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당신들대로 즐길 수 있다는 동네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졌으면 해요.”

공터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면 바로 청소부, 민원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 만큼 우리는 외부로부터의 문제 해결에 익숙해져 있다. 사건 자체는 빠르게 일단락 되겠지만 ‘쓰레기가 버려지는’ 상황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다. 더불어 추가적인 예산 소모와 주민들의 문제에 대한 외부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 역시 당연지사. 반대로 문제를 주민 조직을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체제에서 논의한다면, 그 속도는 느리지만 결과는 지속 가능하고, 흐름은 파장처럼 넓어지며 마을 곳곳에 자리 잡을 것이다. 아직 체계가 잡히지는 않았지만 주민을 중심으로 두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한 행복한 꽃길 통두레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