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인문학]


동네 거버넌스를 통한 동네 복지


                                                

                                                                


                                                                                                  인천서구노인복지관장 최윤형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는 이웃 간의 정이 있었고 네 일 내 일을 나누기보다 우리라는 개념으로 사람 사는 정을 함께 나누며 살았던 따뜻한 곳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이웃 간에 살가운 관계와 정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갔던 곳이 우리네 동네였다.

  그러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어릴 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동네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돈이 삶의 가치나 정을 파괴시켜버린 지금 우리네 삶은 퍽퍽하고, 늘 쳇바퀴 도는 삶에 모두가 지쳐버렸다. 또한 그와 함께 우리가 오래도록 지켜왔던 공동체도 몰락해 버렸다. 공동체가 몰락하면서 모든 문제의 대처는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며 누구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도, 위험에서 안전하게 지켜주지도 않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많은 이들은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복지와 안전을 지켜주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 복지와 안전은 법률과 규정에 의해 철저히 분리되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나마 그 언저리에서 혜택의 실마리에 걸쳐있다 하더라도 현실감이 떨어진 형식적 복지와 안전 일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이웃의 정을 나누는 공동체 사회를 다시 복원할 수 있을까? 공동체 복원을 통해 동네 안에서 아이와 노인 등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정을 나누며 개인의 복지와 안전을 지킬 수 있을까? 나는 그 해답은 본래 우리가 살았던 동네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대가 아무리 급변해도 동네라는 공동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그 공동체 속에서 살가운 정을 주고받고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지자체가 ‘도시재생’과 함께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도시재생’이라는 목표를 ‘마을 만들기’라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진행절차에는 공동체 복원이라는 내용이 내재되어있다. 즉, 공간과 시설의 재생과 더불어 공동체의 복원을 함께 다룬다는 의미이다.


공동체의 복원이자 동네복지의 시작은 동네 사람들의 만남부터


  우리 ‘동네’에는 예로부터 서로 돕는 전통이 있었다. 품앗이도 그렇고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동네 사람들이 나서서 힘을 보탰다. 나는 그 ‘나눔 DNA’가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다. 예전처럼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하게 알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면서도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것들을 나누는 문화는 엄연히 존재한다. 나는 이렇게 동네사람들이 만나 관계하고 그 관계 속에서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복원이자 동네복지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동네 단위의 공동체 복원은 행정기관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행정기관이 주체가 되어버린다면 형식적으로는 공동체를 복원했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동네에서의 삶’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작은 일을 시작으로 자주 만나고 관계할 수 있어야 한다.

동네는 대화하고 관계를 맺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유기체적 존재이다. 동네를 흔히들 지리적 개념에서들 생각하지만 나는 지리적 개념을 넘어선 것으로 인식하고 싶다.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소속감과 정체성을 갖게 하는 곳이 동네이며 여기서 연대감이라는 것이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연대감이 어떤 틀로서 모습을 드러낼 때 그것이 바로 동네복지라고 생각한다. 동네복지는 법률과 제도의 바탕이 됨과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는 사회적 자본이 만나는 곳으로, 물적 자본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동네는 주민이 참여하는 동네복지, 주민이 참여하는 동네경제, 그리고 경제와 복지가 통합적으로 실천되는 공간으로서 동네를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네의 활동가들은 주민을 선도한다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며 경험을 나누는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관은 시민사회가 축적해 온 경험과 동네에서 발휘해온 창의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협력적 거버넌스, 주민 주도의 협치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은 시정의 주인으로서 또는 대등한 파트너로서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동네가 하나의 복지관이 된다면


  협력적 거버넌스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주민 스스로 자신의 생활문제를 이웃과 함께 해결해보겠다고 마음먹고 나서는 것이다. 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공받는 소비자가 아닌 문제의 당사자이자 해결의 주체로 나설 때 비로소 주민들의 생활 관계망이 만들어진다. 그 관계망이 촘촘해질수록 동네는 더욱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면 자신의 일을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을 넘어 자기 생활과 관계없이 이웃을 위해 일을 하게 된다. 자신 역시 그 모두에 속한 한 사람의 주민으로서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상적으로 더불어 살아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공감과 협동의 호흡을 몸으로 터득하게 된다.

  동네의 풀뿌리 단체들도 그 역할이 중요하다. 이 단체들은 주민들 간의 연결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하되, 주민들의 자발적인 생활 관계망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주민 활동의 목적과 성과가 단체의 활성화가 아니라 주민을 계몽하고 지도하는 기능에 머물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며 돕는 동반의 문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그래서 거버넌스 파트너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동네의 활동에 있어서 협업과 융합의 촉매가 되어야 하고 주민을 대변하며 민관의 협력을 이끌어 내야한다. 또한 동네에서 만나고 융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연결 관계를 실상과 차이를 고려한 생활 관계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동네복지는 결국 이웃과의 관계망이기 때문에 그 관계의 허브, 만남의 장소, 활동의 거점이 바로 동네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난 가끔 생각한다. 왜 복지는 왜 꼭 복지관에 가서 받아야 하고 아이들의 돌봄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만 해야 할까? 기관으로 구분하여 돌봄을 받지 말고 동네가 하나의 복지관이고 지역주민이 서로 돌봄이나 필요한 것을 함께 나누고 실천할 수 있는 동네가 곧 복지를 이루는 곳이면 어떨까? 그런 곳에서 아파트의 평수나 돈이 사람의 가치 기준이 아닌 이웃과의 관계와 정이 그 동네에서 꼭 살고 싶은 가치 기준이 되면 나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보다는 더 행복하지 않을까를 상상하며 우리 모두 그런 동네복지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