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의 시선에서 바라본 주민자치와 거버넌스: 부평구 사례를 중심으로

강연: 부평구 자치행정과장 엄정헌
요약정리: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 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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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기준으로 인천광역시 155개 읍면동 중 137개소에서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을 마쳤다. 전환율로 따지면 약 89%로 2021년 10월 기준 전국 전환율 29%에 비하면 놀라울 만한 수치라 할 수 있다. 불과 수년 사이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진행됨에 따라 양적 팽창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동시에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제도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민자치회 관련 다양한 이해당사자 중 정책‧제도 수립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행정기관 공무원은 주민자치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두 사람이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본보기가 될 만한 좋은 사례를 일궈나가고 있는 공무원의 생각을 살펴봄으로써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제도 마련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원고는 인천주민자치TV를 위하여 흔쾌히 강의를 맡아주신 부평구 자치행정과 엄정헌 과장의 교육영상을 요약정리한 내용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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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평구에서 자치행정과장을 맡고 있는 엄정헌입니다. 오늘 행정기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민자치와 거버넌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주민자치‘ 그동안 많은 이야기를 듣고 경험도 많이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민자치와 관련하여 현 시대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변함이 없는 중요한 핵심, 그것은 바로 ’주민의견 반영‘과 ’민관 협력‘입니다.

 

주민자치는 왜 필요할까요?

누구나 한 번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을 들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개개인의 민주적 역량을 키워가면서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동네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주민자치는 동네의 문제를 주민이 직접 논의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입니다. 다시 말해 주민에서 주인으로 되어 가는 과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상명하복식 일방적인 정책, 주민의견에 근거하는 것이 아닌 지시 위주의 행정을 경험해왔습니다. 문제는 주민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정책의 경우 주민 만족도가 떨어지게 되고, 결국 자치행정의 민원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을 거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을마다 각기 다른 지역 특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지역의 특징은 아파트 밀집지구,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지구. 저층 주택지구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농촌이나 어촌의 경우를 살펴보면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생산되는 재화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지역적 특성에 따라 지역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다양화 되는데, 이때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서 지역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 바로 마을 주민의 역할이 중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주민자치란 바로 마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주민이 지역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모으고 합의를 도출하며, 결정된 바를 직접 실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살고있는 마을을 안전한 마을, 쾌적한 마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고 싶은 마을을 위한 지역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먼저 마을을 알아야 합니다.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을의 장점을 부각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행정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주민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이때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주민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의사소통 과정에서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드는 일부 사례가 있습니다. 서로 소통하는 자리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의견이라도 끝까지 경청을 하는 것, 서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대화의 장이 열리고 참여를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이뤄지게 됩니다. 제시된 의견에 대해 서로 소통하면서 의견을 좁혀가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만약 신규 주민자치위원의 이야기를 듣고 면박을 주거나 혹은 무시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소통이 어렵게 되고, 결국 신규 주민자치위원이 본인의 역할에 회의감을 갖고 사퇴를 하게 되는 사례가 생기게 됩니다.

주민의 의견이 중요한 것을 말해주는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사업 중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본격 시행 전 현장 확인과정에서 우연찮게 보행기를 하고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을 만나서 의견을 들었더니 저희의 생각과는 다르게 경계석이 높아서 보행기를 하고 다니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결국 저희는 경계석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통행할 수 있도록 사업을 변경 추진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현장에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고 더 다양한 생각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업을 추진할 때 일부 리더가 단독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렇게 합의가 되지 않은 사업은 안하는 것만 못합니다. 왜냐하면 일방적 추진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주민과 주민 간 신뢰가 깨지게 되어 결국 주민자치회가 성공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입니다.

 

행정기관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행정과 주민이 소통하면 그 마을의 가치가 높아지고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모 지역에서 민과 관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한 사례입니다. 주민이 초기 자본 마련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고 행정은 주민자치센터 4층을 제공해서 사업을 추진했었습니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국산콩을 두부로 만들어 관내 가게에 납품하는 사업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된 것입니다. 그 성과로 주민자치 박람회에서 수상도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식품제조의 경우 관할 행정기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한 절차를 인지 못하고 정식허가 없이 사업을 진행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민은 예외적 허용을 요청하게 되었고, 관할 행정기관에서는 형평성을 고려해 예외 인정 불가방침을 고수하여 상호신뢰가 깨지게 된 사례입니다.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기 위하여 행정에서는 마을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법과 규정을 위배하지 않는지, 행정기관에서 유사한 사업을 시행하지 않는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마을을 살펴보면 지역자원이 매우 많고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공교육기관, 다양한 기업, 마을활동가, 단체 등이 모두 지역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지역자원과 주민이 직접 연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때 행정기관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며, 마을에서 제안한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기업에서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한다면 민관 협력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말씀드릴 것은 제도로 인하여 주민참여가 제한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과감한 제도 정비를 통해 주민참여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예전에 전체 학교 통학로 포장사업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업 관련 핵심 이해당사자는 통학로를 이용하는 학생입니다. 하지만 학생의 경우 주민자치 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어 의견 수렴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평구청에서는 주민자치회 참여 관련 연령 제한 규정을 폐지해서 청소년의 참가를 확대하였습니다.

다른 사례를 말씀드리면 주민자치회 필수 이수교육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민자치회에 위원으로 참가하기 위하여 누구나 6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6시간 교육이 일방적 주입식 교육위주로 진행되어 주민자치 위원으로서 활동하는데 필요한 소양을 습득하는데 실효성이 낮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필수 이수교육 요건을 없애고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면서 필요하다고 느낀 교육(예시: 사업기획방법 등)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이렇게 필요에 의하여 진행하는 맞춤형 교육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여 제도를 개선하게 된 것입니다.

최근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주민발안제, 주민소환제 등 새로운 주민자치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발안제, 주민소환제 등은 아직까지 주민에게 낯설고 내용을 잘 모르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행정에서 다양한 홍보활동을 마련하고 시행하여 주민이 제도를 알고 참여할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시흥시에서는 청년들이 모여서 청년 조례를 발의한 적이 있습니다. 지역 청년들이 조례안을 마련하고 주민 동의를 받아서 주민 스스로 만든 청년 조례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때 행정기관도 협업을 했었을텐데 이렇게 주민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주민에게 소상히 알려주고 주민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동에서 2019년도에 주민총회를 하게 되었는데, 주민총회를 준비하면서 마을리더와 함께 각 지역 주민자치단체를 다니면서 벤치마킹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경험했던 것 중 불편하다고 생각한 것은 의전 문제였습니다. 일례로 단체장, 지역의원 등이 주민총회에 참석하게 되면 맨 앞자리에 앉게 됩니다. 그리고 의전상 내빈소개, 인사말 등을 진행하는데 이때 5~6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문제는 바로 뒤에 나타나게 되는데 총회 순서 상 각 분과별로 사업내용을 주민에게 소개해야 하는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곳은 사업제안을 2분으로 제한하는 곳이 있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의전을 없애자는 아이디어에 기반하여 의견을 모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건의를 했고 구청장이 흔쾌히 수용해서 주민자치회 총회 자리가 오롯이 주민 간 소통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업을 발표하는 주민의 경우 더욱더 열정을 갖게 되었고, 발표자의 충분한 설명에 기반하여 투표를 하게 되면서 지역 주민이 주민자치에 한 발짝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