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시대에 마을주치의의 역할

 

임종한(인하대 의과대학 학장)

코로나 19 제4차 유행을 맞아 힘든 여름을 맞이할 것 같다. 고령층의 코로나 19 감염을 잘 막지 못하면, 고령층 건강 취약 그룹의 사망률은 올라갈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유행병의 위기 상황 속에서 고령층은 이처럼 건강 위협을 많이 받게 된다.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고령화 추세 속에 빈곤한 노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 가구 중 빈곤율이 40%를 넘어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빈곤한 노인 가구가 보건 위기의 시대에 건강 취약 계층으로 더 피해를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또한 노인들이 세 가지 이상 질병을 가진 노인 비율이 44%에 이를 정도로 여러 질환을 가지고 있고, 장애를 가지고 허약 체질(노쇠)을 가진 노인도 17-18%에 이른다.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 사이에 질병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건강 나이가 11.3년이나 차이가 난다는 보고도 있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율도 최근 OECD 국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빈곤과 노인 자살이 이주 밀접한 연관성을 지녀, 소득이 낮은 노인 가구일수록 생애 마지막을 자살로 마무리하는 가능성이 높다.

노인들은 의료, 돌봄, 주거, 복지 등 여러 필요를 요하지만, 정작 자기가 살아오던 지역에서 이들 의료와 여러 사회 서비스를 제공 받긴 어렵다. 기존의 서비스는 분절되어 있고, 연계 혹은 통합되어있지 않아, 이들 서비스를 받아보려 해도 전체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곳이 없다. 그러니 가족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가야 하니, 어려움이 말이 아니다. 가난한 가족들은, 특히나 빈곤 노인 가구는 의료 정보에 더 접근하지 못하고, 평소에 건강 관리가 되지 않은 채, 천식, 당뇨 등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급속한 고령화와 빈곤이 가져오는 이러한 끔찍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고령화와 더불어 빈곤 노인 가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이에 대비해야 할까? 커뮤니티 케어, 즉 지역 통합 돌봄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 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 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사회 서비스 체계’라고 정의된다. 이 지역 통합 돌봄은 고령화와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의 사회적 부담을 줄어주고, 건강 불평등을 완화시켜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만성질환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사는 곳 가까운 곳에서 만성질환이 발생하기 전 일찍 건강 관리를 해주고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차 의료 기관의 의사, 간호사 등 주치의팀이 필요하다. 이런 주치의팀이야말로 지역 주민들에 대해서 필요한 의료, 돌봄,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여 가능한 적기에 제공해 줄 수 있다.

5월 12일 저녁 7시 인천시 마을 공동체 만들기 지원 센터에서 지역 주민들과 마을주치의 주제로 토크쇼를 가졌다.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참으로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마을 주치의라는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인천의 마을 공동체에 지역 주민이 왜 우리 마을에 마을 의사. 마을주치의가 필요한지를 설명하시고, 참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마을 주치의가 있으면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고,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보고 병이 안 생기게 도울 수 있다. 마을 주치의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아주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월 29일에는 한국 사회적 의료 기관 연합회(사의련, 이사장 김봉구)와 인천시 마을 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센터장 이혜경)가 마을 주치의 제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우선 두 기관은 아동 학대 예방과 방문 진료 역할을 담당할 마을주치의 발굴과 지원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런 역할을 요청하게 된 이유는 아동 학대 예방에 적극적인 구월 1동과 독거 어르신이 많이 있는 주안 5동 주민들의 요구에 있었다. 협약식에는 사의련 회원 기관인 인천 평화의료사회적협동조합 박양희 이사장님과 이원숙 상무 이사님이 참석해 주셨고 센터에서는 구월 1동, 주안 5동 주민들과 활동가분들을 초대해 주셨다. 사의련과 센터는 최소한 2가지 역할을 할 의료 기관을 발굴하고 이들 기관에 ‘마을 주치의’ 인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을 주민과 자치 조직들은 마을 주치의를 찾아내고 이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 지원을 사의련과 센터가 맡는 구조가 된다. 사의련은 이번 인천의 사례를 잘 정착시켜 전국의 마을 공동체 지원 센터와 마을 주치의제 정착을 위한 사업을 계속해 진행할 계획이다.

2020년 건강보험 진료비가 86조. 이 중 다른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로 전체 진료비 중 30%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약 25조를 일차 의료에 쓸 수 있다. 의사 한 명당 관리 가능한 시민 수를 평균 1,200명으로 계산하면 전국민주치의제를 시행하는데, 주치의가 약 4만 명 필요하다. 의사 및 다른 인력, 약제비를 합해 이론적으론 20조 정도면 전국민주치의제를 시행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에도 일차 의료에 25조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전에 우선 노인주치의라도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65세 이상 1000만에 대해 한 의사당 500명을 관리한다면 2만 명 정도의 의사가 필요하다. 지역 사회 내 일반의(주치의)로 활동할 수 있는 의사가 우리 사회에서 부족해도 재교육 등을 통해 전체 의사 20% 수준인 2만 명의 의사는 확보할 수 있다. 건강보험의 재정 여건도 잘 관리하면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 이제 정부의 선택만이 남아 있다. 이제 늦기 전에 결정을 해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의 증가, 건강 불평등의 심화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주치의제도 도입이 불가피하지만, 전체 제도 도입에는 5~10년이 소용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제도 도입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주변에 개원 의사 중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귀담아듣는 의사가 있으면 마을 주치의 역할을 부탁해서 마을 주치의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대·방임 등 위기 아동 보호. 독거 노인 및 장애인에 대해 왕진, 방문 의료 활동, 건강 습관 개선을 의한 교육·상담, 외로움 ·고립 등의 정서 지원 참여 등 현재 숫가로 보상 되지 않는 가치 있는 활동을 다 기록한 후 지자체에 건의해서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가 마을 주치의에 대해 지원하는 것을 명시하는 조례 제정도 좋은 방법이다. 의사들이 마을 주치의로 활동하는 것을 평가해 보상하는 책임의료기관제(ACO) 실시를 건강 보험 공단에 청원해야 한다. 마을 주치의로 참여하는 일차 의료 기관 20~30군데 묶어서 ACO 시행을 요구할 수 있다. 꿈이 아니다. 미국에는 이렇게 시행해서 입원 환자 20% 감소. 일차 의료 서비스 질 향상, 의료비 절감의 효과를 이미 입증했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안성의료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이런 제도 도입을 시범적으로 심평원과 함께 시작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지금과 같이 질병을 사전에 관리 하지 않으면 의료 보험 재정이 곧 고갈 될 것이 뻔하기에 이러한 마을 주치의 요구를 반길 것이다.

일상의 마을 현장의 아래에서부터 마을 주치의에 대한 요구가 불붙으면 주치의 제도 도입은 시간문제이다. 시민도 의사도 피해를 보는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의 현 행위별 숫가 체계를 고집할 그룹도 그럴 명분도 없다. 이제 마을 주치의 시대이다. 시민들이여. 이제 당당히 요구하고 주치의 시대를 앞당기자.